앞에선 안철수 조롱, 뒤에선 합당 작업...홍준표 "오버액션" 윤상현 "조롱 멈춰야"
국민 피로감 가중, 윤 지지율 악영향 등 우려 팽배...단일화 마지막 끈 유지 의도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겉으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조롱하면서, 물밑에선 안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한 합당을 제안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홍준표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 사이에서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야권 단일화로 인한 갈등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지지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24일 선대본 회의에서 “당 대표를 비롯해 우리 모두가 사감이나 사익은 뒤로 하고, 정권 교체라는 대의를 앞세워야 할 때”라며 “우리 모두가 명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이준석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지난해 6월 16일 오후 취임 인사차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해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측과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에 대한 공개 경고로 보인다.

앞서 홍준표 의원도 지난 23일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 ‘청년의꿈’에 ‘국힘당 대표를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오버액션”이라고 답했다. 

홍 의원은 또 지난 22일 한 네티즌이 ‘매일매일 계속되는 이 대표의 상대방 조롱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 작년 초여름 이준석 신드롬은 한낱 광풍이었다’라고 쓴 글에도 “좀 심한 것 같지요?”라고 댓글을 남긴 바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를 향해 “안 후보에 대한 조롱을 멈춰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대표의 조롱이 아닌 조력”이라며 “정당의 목적은 정권 창출에 있고,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정권교체 달성의 가장 막중한 책임자다. 그러기 위해 국민의당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한 동반자로서 먼저 손을 잡아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가 만들 공정한 대한민국과 안 후보가 만들려는 과학경제강국은 결코 중첩되는 목표가 아니라 함께 필요한 상보적 비전”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우리 당이 국민에게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의 조력을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선대위 서울총괄본부장도 같은 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안 후보 관련 발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진행자의 언급에 “제가 조언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이 대표가) 조금 자제해야 되지 않나”라고 비판의 뜻을 내비쳤다.

이준석 대표는 줄곧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일 때도 ‘우리끼리 승리할 수 있다’며 안 후보를 배척했다. 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 안팎에서 노력 중인 당의 행보와는 배치되는 언사다.

특히 이 대표는 안 후보가 지난 13일 여론조사 단일화를 제안했을 때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는 손오공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됐고, 최근 유세버스 사고로 숨진 국민의당 선거운동원과 관련해서도 고인을 배려치 않은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급기야 지난 23일엔 “국민의당에 배신행위를 한 사람이 있다”고 폭로하며 ‘야권 단일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같은 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초 이 대표를 비공개로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그 자리에서 합당 제안을 받았다”고 맞받아쳤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2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관련된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해 'ㄹㅇㅋㅋ 네 글자만 치세요'라고 언급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쳐

안 후보가 후보에서 사퇴하고 합당을 하면 당 최고위원회와 조직강화특위, 공천심사위원회 등 핵심기구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이다. 이 본부장은 두 ‘후보가 지난 11일 국민의힘 열정열차의 도착지인 여수에서 함께 내리며 단일화를 선언하는 이벤트까지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준석 대표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 본부장에게 합당 제안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합당은 작년 9월 양당 간 합당 논의 때부터 일관되게 주장했던 입장이고,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보장하기 위한 고민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는 연일 안 후보에 대한 조롱을 멈추지 않았던 이 대표의 언사와 배치되는 행보여서 논란이 됐다. 또 이 대표의 이 같은 구상은 윤석열 후보에게 보고가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회동을 윤 후보가 알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일화에 대해서는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합당에 관한 이야기는 당의 영역이다. 철저하게 제 권한이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또 다시 불거진 ‘이준석 리스크’에 “이준석 대표가 야권 단일화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의 언행을 자제시키지 않으면 단일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한편, 오는 28일 투표용지 인쇄일을 앞두고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극적 담판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안 후보는 23일 포항 유세 중 ‘주말에 윤 후보를 만나냐’는 질문에 “그런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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