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대응 적자 100조 넘어...그래도 ‘포퓰리즘’ 춤추는 대선
   
▲ 윤광원 세종취재본부장/부국장대우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초유의 2월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확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지원금이 23일 풀리기 시작했다.

당초 정부가 편성한 추경안은 14조원이었는데, 최종 확정된 액수는 16조 9000억원이다. 그나마 여야 정치권의 대대적인 증액요구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재정 관료들이 버티고 또 버틴 결과다.

정부는 코로나19 첫 해인 지난 2020년 무려 4차례에 걸쳐, 66조 8000억원 상당의 추경을 편성했다. 지난해에도 2차례, 49조 8000억원을 풀었다.

이번까지 총 7번의 추경에, 모두 133조 5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2020년 재정적자가 71조 2000억원, 작년에도 30조원 대의 결손이 난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누적 나라살림 적자가 100조원을 훌쩍 넘은 것.

이에 따라 중앙정부의 국가채무는 지난해 939조 1000억원으로 불어났을 것으로 기재부는 추산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699조원과 비교하면, 240조 1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또 기재부는 이번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올해 역시 68조 1000억원의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채무를 합친 ‘나라 빚’은 연말이면 1075조 7000억원으로, 올해만 110조 4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것만 해도 국민들의 허리가 휠 지경인데, 문제는 대통령선거 이후다.

   
▲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사진=공동취재단

여야 모두 이 정도 추경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며, 당선되면 대대적인 ‘추가 추경’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추경 결정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5조~30조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50조원을 각각 요구했었다. 1차 추경의 2~3배를 넘는 규모다.

이렇게 되면, 나라살림 적자는 금년에만 100조원 안팎에 달할 수도 있다.

이게 다라면, 또 얼마나 좋을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 대선 후보들은 앞 다퉈 뚜렷한 재원 조달 방안도 없이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면서, ‘포퓰리즘’ 경쟁에 골몰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은 국정 공약 270여 개를 이행하는 데, 350조원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보상과 매출 회복 지원을 위해서는 긴급 추경 편성은 물론, ‘대통령 긴급재정명령’까지 동원, 50조원 이상을 즉각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임기 내 전 국민에 연 100만원씩 지급하는 ‘보편 기본소득’을 도입하고, 내년에는 만 19~29세 청년에게 연 100만원의 ‘청년기본소득’을 줄 방침이다.

반면, 재원이 될 세금은 되레 대폭 깎아주기로 약속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취득세 감면을 확대하고, 1주택 장기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 부과를 유예해주며, 연말정산 근로소득공제 금액을 상향함과 아울러, 주식거래세를 없애기로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공약 200개 실현에, 266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 후보 역시 당선 직후, 코로나19 손실보상에 50조원을 풀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아이가 태어나면 1년 동안 매월 100만원씩 총 1200만원의 ‘부모 급여’를 주고, 어르신 대상 ‘기초연금’을 원 10만원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는 취득세를 아예 면제하거나 1%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종부세는 중·장기적으로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는 부과하지 않으며, 증권양도차익을 과세대상에 제외하겠다는 ‘달콤한 공약’을 제시했다.

한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국정 공약 100개를 이행하는 데 연간 40조 3000억원, 5년간 201조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돈은 풀고 세금은 깎아준다면서, 재원 조달 방안은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세 후보 모두 예산 절감, 조세감면 축소, 세출 및 재량지출 구조조정을 내세웠고 ‘증세’를 말한 사람은 없다.

이 후보가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을 거론했지만, ‘가능하다면’ 이란 꼬리표를 달았다. 언제든 말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이다.

증세가 없다면, 결국 적자국채를 찍어낼 수밖에 없다. 나라 빚은 천문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정책학회와 한국행정학회는 23일, 4개 주요 정당의 대선 공약을 평가한 결과, 후보 간 공약이 점점 비슷해지고, 재정에 대한 고려 없는 ‘선심성 공약’ 남발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두 학회는 이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나 시간 계획이 미비한 공약이 많다는 평가 결과가, 이런 비판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특별한 최우선 순위를 두지 않고 지출 구조조정을 한다면,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은 국가채무로 쌓일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적자국채가 늘어나게 되면, 국채 및 회사채 금리가 차례로 올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장기적으로 국채 가치 하락이 이를 보유한 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추경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한국은 ‘비(非) 기축통화국이어서, 재정건전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재정 준칙 법제화와 적극적인 세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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