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잘못된 메시지 줄 수 있어…전단금지법 국제인권법 위반 소지”
“북한 코백스 백신 거부 이유, 순차 제공 과정에서 압력 받을 것 의심”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우리정부의 거듭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불참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23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방한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정부 고위당국자들을 만나 한국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 불참이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서) 일부 후퇴하는 것이며,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그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으로 만들어진 일명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 재고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국회 차원에서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접경지역 현지 주민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해결해야 하고, 안보상의 우려 상황도 다뤄야 하지만 한편으로 이 법에 몇가지 국제인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 3년까지 징역형이 가능하다는 것, 3000만원까지 벌금 부과가 가능한 것 외에도 모호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이런 극단적인 부분들을 국회 차원에서 재고할 필요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권리도 지켜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 고위당국자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단체에 대해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킨타나 보고관은 이번에 정부 고위당국자와 중국 내 탈북자 현황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남측 당국을 독려했다. 조용한 외교 이상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 최영준 통일부 차관(오른쪽)이 16일 오전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2.2.16./사진=통일부

또 “북한에서 억류된 대한민국 국적자 6명에 대해 한국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언급했으며, “한국정부가 20개의 새로운 시설을 설치해서 원격으로 이산가족상봉 준비를 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아서 진척되지 않아서 안타깝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고령의 이산가족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킨타나 보고관은 “통일연구원에서 북한의 올해 식량 사정에 대해 들었다”며 북한에 올해 160만톤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한다. 비료 및 기타 농업 물품 부족으로 내년 곡물 수확량은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북한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다. 국경봉쇄 이전에도 영양실조, 발육 부진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킨타나 보좌관은 “(이번에) 북한 방문 초청이 있었다면 환영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북한은 (세계의) 그 어느 곳보다 고립됐다. 유엔 기관은 떠났고, 대사관 문은 닫혔고, 인도주의단체는 더 이상 운영될 수 없다. 이들의 복귀가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국제 백신 공급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코백스) 포함한 국제사회의 백신 제공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북한 당국에서는 백신 접종분의 일부를 먼저 제공받은 이후에 나머지 접종분 제공받을 때 다양한 압력 상황에 직면하는 것 의심하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확진자 0명이라고 북한이 세계보건기구에 신고하는 상황이야말로 북한에 백신을 줘야하는 이유이다. 백신을 제공해서 북한이 국경봉쇄를 해소해야 한”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저는 북한주민 모두가 최소 2회 접종할 수 있도록 6000만 회 백신을 북한에 공급하는 것에 합의할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했다”며 “앞으로도 국제 공동체와 북한에 대한 교류 재개에 노력해서 북한이 고립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내달 열리는 제49차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 작성에 앞서 자료수집을 위해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해 정부 당국자와 여야 국회의원, 납북자 가족 및 관련 단체 인사, 국군포로 생존자 등을 만났다.

또 그는 지난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친형 래진씨를 면담하고 강원도 철원군의 남북한 접경지도 다녀갔다.

킨타나 보고관의 방한은 2016년 8월 취임 이후 이번이 7번째이며, 그는 오는 8월 6년간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임기를 마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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