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포퓰리즘'만 난무하는 시대...정치 담합이 나쁜 정책 불러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나쁜 독점과 좋은 독점은 따로 있다

독점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독점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시간과 장소, 주체와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적폐로서 기능하는 나쁜 독점이 있고 생산적이며 효율적인 독점이 따로 있다.

< 독점에 대한 정의 >
① 사는 사람은 많은데 파는 사람이 1명인 경우
② 다른 이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경우
③ 대체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나쁜 독점의 사례, 진보라는 단어

나쁜 독점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진보’라는 단어의 쓰임새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진보’라는 용어는 좌파가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좌파지식인과 언론을 가리지 않는다. 미디어든 학계든 대중에게 유통되는 지적 텍스트에서 '진보'라는 말의 지위는 강고하다.

진보의 기본 개념은 발전이다. 사회는 기존 가치에서 벗어나 더욱 발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보하려면 경쟁은 필수다. 경쟁이 없다면 진보 발전은 커녕 정체-수구-쇠퇴-소멸의 길을 걷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스스로를 ‘진보’라 칭하는 이들은 ‘경쟁’에 대해 반대하고 혐오한다. 그들은 대신 평준화, 균형, 평등을 외친다. 이들은 이타심을 내세우며, 이기심으로 인한 부작용을 이타심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평준화 균형 평등을 통해 모두가 다 같이 잘 살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진보’라는 말을 독점한 이들은 위선자에 가까운 수구좌파다.

   
▲ 통합진보당은 소위 ‘진보정당’으로 자칭한다. 지난 12월 19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통합진보당은 우리나라 진보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진=미디어펜 

노동자와 국민을 위한다며 삼성과 정부를 욕하지만,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주위 사람들에게는 진심 어린 축하를 아끼지 않고 부러워한다. 진보라는 자들은 대기업 공기업의 귀족노조를 옹호한다. 재벌 상속은 욕하지만 노조 철밥통, 귀족노조의 일자리 세습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재래시장이 살아야 한다면서 대형마트 등 소비자를 위한 유통혁신은 거부한다.

누구와도 다를 바 없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물질과 세속, 재산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자들이 정작 방송과 지면을 통해서는 자본주의 발전을 부정하고 원시농경공동체를 동경한다. 창조적 기업가정신에 따른 혁신 및 막대한 이윤 창출의 여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전투적 노조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노동생산성을 초과한 더 많은 급여만을 바란다. 부자를 욕하지만 본인은 돈을 더 많이 벌길 바란다.

우리나라 ‘진보’의 언행은 나쁜 독점, 그 자체다.

나쁜 독점의 전형, 대한민국의 ‘정치독점’

현재의 한국 정치는 독점 상태다. 대체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대체 상품이 있긴 하다. 수없이 많은 대안정당 및 시민단체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소비자(유권자 국민)에 대해 갖고 있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지금의 정치는 여야가 담합하는 사실상의 ‘정치독점’이다.

‘정치독점’의 문제는 정치가 다른 거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경제는 정치에 포섭되어 있다. 기업에 대한 규제는 사라지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지경이다. 1인 1표 민주주의의 딜레마가 1원 1표의 원리로 돌아가는 경제를 난도질하고 있다.

지금은 “누가 더 교묘하고 현명하게 포퓰리즘 정책을 유권자에게 어필하느냐”로 선거에서의 승패가 좌우되는 시대다. 국회에서 여야는 정치실패 정치담합의 모습을 드러낸다. 정치현실은 우리의 바람과 다르다. 아무리 좋은 정치인이라 해도, 기존 정치구조 속에 들어가면 나쁜 정책을 입안하게 된다. 지난 몇 년간 야권에서 매선거마다 행했던 야권연대-후보단일화도 일종의 ‘정치담합’이다.

이제는 이런 불합리를 깨뜨려야 할 때다. 정치시장에도 경제시장처럼 경쟁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담합을 막기 위해 그동안 구축한 법제도, 행정체계를 정치담합을 막기 위해서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정치독점 및 정치담합을 막기 위한 제안으로서,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공정정치법』을 만들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에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을 정당에게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정치담합 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되도록 해야 하며, 그래야 정치시장이 소비자의 눈높이를 따라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국회야말로 1인 1표라는 대의민주주의의 태생적 한계와 딜레마가 표출되는 장소다. 공천권을 두고 벌어지는 정쟁, 오로지 재선만을 바라는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식 민주주의의 지역주의와 정치독점 구조는 강고하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1인 1표라는 대의민주주의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정치실패로서의 정치독점 폐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역별로 강고한 지역주의는 정치담합을 더욱 부추긴다.

우리나라의 ‘정치독점’을 깨려면 어찌해야 할까.

①조세 금액에 따라 개인별로 가중치를 부여하여 투표권을 차별화시키거나, ②공적 영역을 최대한 줄이고 민간에 자유를 부여하는 것을 들 수 있다. ③민주주의를 폐지하고 과거의 권위주의적 통치체제로 전환하는 길도 있다. 물론 이 길은, 귄위주의 정부의 통치자가 민간에게 자유를 허하고 본인의 지대추구를 하지 않아야 생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제안한다. 정치의 본질은 소비자, 즉 유권자다. ④정치 소비자들에게 ‘정치독점’의 폐해를 알려, 유권자 스스로 현명한 정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이 있다.

정치인이 포퓰리즘 행태를 벌이도록 조장하는 유권자의 내심(혹은 욕심)이 결국 유권자 당사자들에게 큰 피해를 안긴다는 점을 최대한 널리 알린다. 용인 경전철의 실정, 무상급식의 폐해, 보편적복지의 허상, 대기업규제의 여파, 유통규제의 무용함 등 수많은 포퓰리즘 사례에 관하여 단순하고 명쾌한 해석을 내리고, 이를 수많은 메시지를 통해 전파한다.

소비자가 답이다. 향후 정치소비자 유권자의 선택이 정치독점을 깨고 진정한 진보를 이끌 것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이글은 자유경제원이 31일 주최한 <시장경제에 대한 그릇된 통념 깨기 연속토론회: 독점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에서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가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위원 자격으로 발표한 토론문 중 일부를 발췌,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