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성’ 훼손 비판 선관위 '표현 자유 확대' 입장 변화
네거티브·흠집내기 과열 우려…유권자 피로도 높아져
[미디어펜=조우현 기자]20대 대통령선거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폭넓게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간 중립성 훼손 비판에 시달렸던 선관위의 이 같은 변화는, 그러나 역설적으로 ‘네거티브 과열’이라는 과제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까지만 해도 ‘무능’, ‘내로남불’ 등의 용어가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용을 불허한 바 있다.

그런데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관위는 이번 대선 현수막 등 홍보물에 실명이나 사진 등을 제외하고는 여야가 원하는 대부분의 표현에 대해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입장 변화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무속 논란과 관련된 ‘살아 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세력들에 나라를 맡기겠습니까’ 문구 사용이 가능한지 선관위에 문의해 허락을 받은 상태다.

   
▲ 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월 18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삼거리에 후보자들의 벽보가 설치 됐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는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가 살아있는 소가죽을 벗기는 굿판에 직접 연루됐다”고 주장했던 것에 근거해 만들어진 문구다.

이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 부부는 등값을 내거나 그 어떤 형태로든 해당 행사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며 “(해당 행사에 걸려있던) 대통령 연등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맞받아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겨냥한 ‘법카로 산 초밥 10인분, 소고기는 누가 먹었나’, ‘쌍욕, 불륜 심판하자’, ‘쌍욕, 패륜아를 뽑으시겠습니까’, ‘전과 4범은 안 됩니다’ 등의 문구에 대해 선관위에 검토를 요청했고 허락을 받았다.

‘법카 초밥’은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을 뜻하는 것이다. 김 씨는 현재 경기도 법인카드로 초밥과 소고기 등을 사먹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쌍욕과 불륜은 각각 이 후보와 관련된 의혹으로,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수차례 사과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공정성과 중립성 훼손 논란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앞서 선관위는 조해주 전 상임위원의 ‘편법 꼼수 임기 연장’으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또 지난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위선’, ‘내로남불’ 등의 표현에 대해 선거법 90조를 근거로 특정 정당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불허하면서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선관위의 이 같은 방침이 네거티브 전쟁을 과열시킨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열되는 네거티브와 흠집 내기로 유권자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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