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꺾인 아파트 대규모 미분양 사태…청약 심리 위축·공급물량 많아 장기화 전망
[미디어펜=유진의 기자]'힐스테이트'와 '푸르지오'가 최근 대구 분양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대형건설사 브랜드인 만큼 인지도 높고 미분양 단지가 없었는데, 대구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힐스테이트, 푸르지오'가 통하지 않을 만큼 대구 부동산 시장이 악화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대구에서 공급한 단지들이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사진은 대구광역시 수성구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25일 청약홈에 따르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대우건설 푸르지오 단지는 2020년부터 매해 분양 완판을 거듭해 왔다. 2020년에 전국에서 공급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현대엔지니어링 제외) 단지는 14개, 모든 단지가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같은기간 푸르지오도 30개 단지를 공급해 모두 순위내 마감에 성공하며 분양 완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장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8월부터 미분양 단지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대구역 퍼스트2차' 마저 미달 가구를 남겼다. 해당 단지는 162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42명만 접수해 20가구가 미달됐다. 그 이후 대우건설이 12월에 공급한 '동대구푸르지오 브리센트'도 759가구 모집에 403명이 접수해 356가구가 미달됐다.

   
▲ 대구서 공급한 힐스테이트·푸르지오 단지 청약 결과표./자료=청약홈


이같은 상황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청약을 마감한 대구 '달서 푸르지오 시그니처'는 총 982가구 모집에 접수 건수가 126건에 불과했다. 2순위까지 청약이 이어졌지만 끝내 마감에 성공하지 못하고 90%에 가까운 미달가구를 남겼다.

이같은 흐름은 대구 주택 분양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시작됐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0년 1만5535가구에서 올해 2만67가구, 내년 3만2420가구 등 급격하게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지난해 11월 -0.07%, 12월 -0.17%, 올해 1월 -0.34% 등으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사고자 하는 사람보다 팔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공급은 계속 늘어나다 보니 추가적인 가격 하락은 불보듯 뻔하다는 평가가 만연하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형건설사 주택브랜드도 흥행할 리 없다는 시각이다.

현재 대구지역의 아파트값 하락 폭은 5년 6개월 만에 다시 '0.1%대'로 떨어졌다. '22년 3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21일 기준 대구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와 비교해 0.13% 하락했다. 이는 15주 연속해 내림세를 보인 것은 물론 주간 아파트값 하락 폭이 '0.1%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6년 8월 둘째 주(-0.11%)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한국부동산원은 매물 적체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달서구(-0.24%)는 본·성당동 위주로, 동구(-0.16%)는 율하동 위주로 각각 하락하는 등 8개 구·군 가운데 5곳에서 하락 폭이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예정된 주요 건설사들의 대구 분양 물량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대구에서 이미 분양한 물량을 제외하고 분양될 예정인 주택 물량(아파트·오피스텔·주상복합 등 총합)만 놓고 보면 △현대건설 2627가구 △포스코건설 2443가구 △DL이앤씨 2080가구 △호반건설 1709가구 △SK에코플랜트 1622가구 △현대엔지니어링 1483가구 등의 많은 물량이 분양될 예정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존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청약 심리가 위축되기 시작했고 또 공급물량마저 여전히 많다 보니 미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대형건설사 주택브랜드 뿐만 아니라 모든 분양 단지들이 미분양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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