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트레이딩발 발전 불가 위기감, 전략 변화 요인
포스코인터, 트레이딩∙자원개발∙투자법인 고루 갖춰
SK네트웍스, 블록체인·중고폰 사업 등으로 사업 확대
LX인터, 한글라스 인수 추진…하우시스 시너지 기대
현대코퍼레이션, 러시아서 자동차 부품 사업 진행 중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종합상사들이 전통의 무역업 이미지에서 탈피해 '만물상'으로의 변혁을 꾀하고 있다. 공급망 이슈가 자주 생겨나는 만큼 사업 다변화를 통해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 포스코인터내셔널 인천 송도 본사 전경./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2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매출 33조 9489억 원, 영업이익 5854억 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트레이딩∙자원개발∙투자법인 사업의 고른 성장이 뒷받침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주요 사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이 중 지난해 트레이딩 부문과 투자법인 부문 실적이 큰 폭으로 성장해 전체 영업이익에서 트레이딩 38.8%, 자원개발 30.9%, 투자법인 30.3%를 차지해 균형잡힌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이는 2018년 영업이익 비중이 트레이딩 43.4%, 자원개발 50.1%, 투자법인 6.5%로 트레이딩 부문과 자원개발 부문 영업이익이 총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한 것에 비해, 불과 4년 만에 투자법인을 통한 영업이익을 크게 향상시켜 이뤄낸 성과다.

   
▲ 포스코인터내셔널 영업이익 비중./자료=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도 핵심사업의 성과 창출을 가속화하고, 친환경 사업 등 미래산업으로 전환을 예고했다.

트레이딩 부문에서는 지난해 통합한 그룹사 철강 수출채널을 기반으로 연 947만 톤이던 포스코재 공급량을 10% 늘려 1042만 톤 판매를 목표로 삼고, 그룹 연계거래 확대 등 시너지 창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투자 사업 부문에서는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친환경차 부품 사업, 인도네시아 PT.BIA 팜오일 사업, 우즈베키스탄 면방 사업을 주축으로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원개발 부문에서는 호주 세넥스 에너지 인수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해상 광구 탐사를 통해 미얀마에 국한됐던 에너지 사업 지도를 세계로 넓혀 탄소중립·수소경제 사업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SK네트웍스 본사 전경./사진=SK네트웍스 제공

SK네트웍스는 올해 정기 조직 개편과 신년사를 통해 ‘사업형 투자회사’로 전환 속도를 높이고, 블록체인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블록체인·NFT 전문 기업 블록오디세이에는 108억원을 투자해 전체 지분의 10%를 매입하기도 했다. 비즈니스 혁신·신성장 동력 발굴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블록체인 사업 활성화를 위한 협업 네트웍을 강화해 SK네트웍스 계열사를 비롯한 그룹 내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블록오디세이의 기술을 접목해 고객 DB 체계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물류 인프라 관리 혁신 등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룹 ESG 기조에 맞춰 2019년 7월에는 투명하고 안전한 중고폰 유통을 목적으로 하는 '민팃' 사업을 개시했다. 이곳에선 폰 기능 점검과 시세 조회, 매입·정산을 현장에서 한번에 진행하기도 한다. 사업 개시 2년 반만에 거래량이 100만대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SK네트웍스는 민팃을 통해 중고폰 유통 시장을 선도해 ICT 리사이클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준비할 방침이다.

SK네트웍스는 렌탈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6년 9월 6100억원에 인수한 동양매직은 SK매직으로 사명을 바꿨고, 현재는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SK매직은 삼성전자와 제휴해 렌탈 서비스 진행 중이다. 현재 공기 청정기 등 생활 환경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가전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편 SK네트웍스는 올해 6월 말 연 매출 1조원 상당의 철강 트레이딩 사업을 종료한다. 미래 성장 사업 중심으로 경영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해서다. 제조사의 직거래 물량 증가와 시황 변동 리스크 등 제반 변수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 구본준 LX홀딩스 회장과 광화문 사옥./사진=연합뉴스

LX인터내셔널은 한국유리공업(한글라스)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이 LG그룹으로부터 분가한 이후 추진하는 첫 인수·합병(M&A)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유리공업은 국내 완성차 회사들에도 유리 부품을 납품하고 있고, LX그룹은 인테리어 전문 계열사 LX하우시스를 보유하고 있다.

창호 등 건자재에는 유리 소재가 쓰이는 만큼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 한국유리공업을 계열사로 편입할 경우 KCC와의 본격 1위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HAS법인 도장 공장 전경./사진=현대코퍼레이션 제공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초 러시아 서부 칼리닌그라드에 자동차 부품 전문 기업 영산글로넷과 'HY AUTO SOLUTION'이라는 법인을 세웠다. 이곳은 소재 자동차 부품 사출 공장을 인수해 운영 중에 있다. 도장 공장은 현재 건립 중으로, 올 춘계 중 완공된다. 현대코퍼레이션측 출자금은 130억원 수준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 고기능 경량화 플라스틱 부품을 납품해온 신기인터모빌 인수는 아직 확정된 바 없으나, 인수단이 조건 협상 중으로 아직 관련 작업이 진행 과정을 밟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기존에 확보해둔 글로벌 네트워크와 신기인터모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에 관한 신규 인수 건에 대해서는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상사업계가 이 같이 사업 모델을 다각화 하는 건 1~2% 수준에 불과한 영업이익률 제고가 지상 과제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외부 변수가 발생하면 글로벌 공급망은 큰 타격을 받는다. 예상치 못한 일로 사업 모델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트레이딩 방식으로는 발전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각 회사들의 사업 전략 변화를 이끌어냈다"며 "종합상사의 역할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사업 회사로 재편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