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지난해 적자 5조 8600억...전년비 9조 9000억 하락
가스공사, 영업이익 1조 2397억·3408억 증가해 다른 입장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우크라이나 사태·탄소중립 정책 등으로 천연가스값이 강세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실적 온도차가 크게 나타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매출 60조 5748억 원·영업손실 5조 860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3.4%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이 9조 9464억 원 하락하면서 적자 전환한 것이다.

이는 자회사 연료비와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가 급증한 영향으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석탄발전 상한제약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 확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 의무이행 비율 상향(7%→9%) 등이 영향을 끼쳤다. 발전설비 및 송배전설비 취득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많아지면서 기타 영업비용도 1조 원 이상 커졌다.

   
▲ 한전 나주 본사/사진=한국전력공사
실제로 지난해 한전이 구입한 가스발전량은 14만 784GWh로, 전년 대비 2만 2333GWh 많아졌다. 이를 위해 한전이 지출한 비용도 같은 기간 13조 9135억 원에서 19조 9601억 원으로 급증했다.

재생에너지도 한전의 발목을 잡았다. 전력통계시스템(EPSI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태양광 정산단가는 kWh당 142.6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배 이상 비싸졌다. 풍력발전(146.0원)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한전의 재생에너지 구입량은 2020년 1만 9179GWh에서 지난해 2만 3368GWh로 증가했고, 관련 비용은 1조 5390억 원에서 2조 4976억 원으로 증액됐다. 

업계는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이 1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료비 연동제가 제한적으로 시행되면서 원가 부담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석탄발전소도 가스발전소로 전환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전력망을 보강하는 것도 영업비용 증가로 이어질 전망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내세운 것도 악재로 꼽힌다.

반면, 가스공사는 지난해 매출 27조 5208억 원·영업이익 1조 2397억 원을 시현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2.1%, 영업이익은 37.9% 올랐다. 당기순이익(9645억 원)도 같은 기간 1조 원 이상 개선되면서 흑자 전환했다.

   
▲ 가스공사 대구 본사/사진=한국가스공사
이는 도시가스용·발전용 천연가스 판매량이 454만톤(14.0%) 늘어난 영향으로, 특히 발전용 판매량이 25% 가량 많아졌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가스발전을 중심으로 발전량을 늘린 것의 수혜를 입은 셈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해외 종속법인 실적이 개선된 것도 언급됐다. 미얀마·호주·이라크 사업장의 총 영업이익이 2020년 239억 원에서 지난해 2746억 원으로 1000% 성장한 것이다. 특히 GLNG·프렐류드 등 호주 사업장이 '환골탈태'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판매단가와 물량이 확대되는 가운데 일부 설비 재가동이 겹쳤기 때문이다.

우즈벡·카타르·오만·인도네시아 등 주요 관계회사 지분법 손익도 같은 기간 175억 원에서 1632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 중 가스공사가 지분 60%를 보유한 카타르 KORAS의 경우 -472억 원에서 759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4분기부터 신규 가스전인 모잠비크 코랄 FLNG의 매출 기여도 시작될 예정으로, 생산량도 호주 프렐류드와 유사할 것"이라며 "정부의 가스값 동결 정책으로 미수금이 축적되고 있으나, 민수용 가스 비중 및 요금 인상 등을 고려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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