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안 마지막 3.1절 기념사 “역사 앞 겸허해야” 직격하면서도 톤다운
우크라이나전쟁 염두 북 향해 “항일의 큰 줄기, 민족 대동단결과 통합”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일 제103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자강’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독립운동을 주도한 임시정부에 남북이 따로 없었던 점을 강조면서 ‘한민족’을 내세웠다.

또한 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는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협력하자고 강조하면서도 한때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재차 강조하는 ‘투트랙 입장’을 고수했다. 일본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에서 세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으나 끝내 북핵 해결 및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고, 한일관계 역시 엄중한 과제로 남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 안 마지막 3.1절 기념사는 차기 정부에 계승하는 원론적 제시로 기록된 셈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 상설전시관을 찾아 대한독립선언서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2.3.1./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현 국제정세에 대해 기술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자국중심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며 “신냉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과거 폭력과 차별, 불의에 항거하며 패권적 국제질서를 거부한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면서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나갈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세계 10위 경제 대국, 글로벌 수출 7위의 무역 강국, 종합군사력 세계 6위, 혁신지수 세계 1위의 당당한 나라가 됐다”며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한 한국판 뉴딜,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주도, G7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대 등 성과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가 더 강해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한반도 평화”라며 “3.1 독립운동에는 남과 북이 없었다. 항일독립운동의 큰 줄기는 민족의 대동단결과 통합이었다. 1945년 11월 고국으로 돌아온 임정 요인들은 분단을 막기 위해 마지막 힘을 쏟았다. 그 끝나지 않은 노력은 이제 우리의 몫이 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패권주의를 경계하는 발언은 북한을 향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에 대한 올바른 인식 촉구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을 두둔한 바 있지만 이는 자기모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그동안 ‘주체’ ‘자강’을 내세우면서 비판해온 제국주의적 행태를 지금 러시아가 자행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2.3.1./사진=청와대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한일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무”라면서 “가까운 이웃인 한일은 한때 불행했던 역사를 딛고 미래를 향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이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가지기를 바란다. 역사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 때때로 덧나는 이웃나라 국민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을 때 일본은 신뢰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북한과 일본을 향한 발언은 원론적이면서도 과거에 비해 담론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톤다운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지난 2018년 3.1절에는 “전쟁 시기 반인륜적 범죄 행위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2019년에는 “친일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임기 말 문 대통령이 발언 수위를 조절해 다음 정부에 부담을 남기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월 3일 올해 신년사를 발표하면서도 종전선언이라는 말 대신 ‘평화적 제도화’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아직 미완이 상태인 평화를 지속가능한 평화로 제도화하는 노력을 임기 끝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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