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6일 간 119개사 피해 사례 160건 접수"
현대차그룹, 5일 간 공장 가동 중단…협력사도 줄타격
유안타증권 "빠르게 사태 해결돼도 공급망 훼손 불가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 국제 사회가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업체들과 거래하는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원자재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공장 가동이 멈추는 등 공급난이 커지고 있다.

   
▲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 연합(EU) 집행위원장이 러시아 경제 제재 방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트위터 캡처

3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 연합(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 중앙·시중 은행에 대해 국제 은행간 금융 통신(SWIFT) 사용을 못하도록 하겠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우리 정부도 지난 1일부터 한국을 통한 SWIFT 코드를 쓸 수 없도록 하는 경제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은행과의 금융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이 같은 글로벌 제재안에 속이 타는 건 송금 길이 막힌 무역 기업들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24일부터 6일 간 119개사로부터 160건의 피해 사례를 접수받았다. 피해 유형별로는 △대금 결제(94건) △물류·공급망(51건) △정보 부족(11건) 등이 꼽힌다. 이 중 대금 결제는 전체 문제의 58.7%를 차지한다.

러시아 현지로부터 주문을 받아 기계 장비를 생산하는 한 업체는 일부 선수금을 받고 생산을 완료한 상태다. 그러나 잔금 회수 일정에 차질이 생겨 운영 애로가 생겨났다. 이 회사는 정부와 유관 기관의 수출 대금 회수 창구를 개설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업체는 사업 포트폴리오 상 러시아로의 수출 비중이 크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러시아 바이어와 연락은 되지만 미수액이 있어 추후 금융 제재 전망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금융 리스크 관련 정부 또는 기관 차원의 온라인 설명회 개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17만대, 기아는 20만대 가량 판매하는 등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지 시장 점유율 2~3위권을 유지했다. 올해는 각각 21만4000대, 23만9000대 판매 계획을 세우는 등 더 많은 목표치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현대차 공장이 5일 간 가동 중단에 돌입하는 등 국제적인 대(對) 러시아 제재로 인한 공급망 타격을 면키 어렵게 됐다. 현대차그룹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도 줄줄이 피해를 보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해결되는 듯 보였지만 문제는 원자재 가격이다. 자동차 배기 가스를 저감해주는 촉매 변환기에 쓰이는 팔라듐은 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해온다. 특히 러시아는 글로벌 팔라듐 매장량의 4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날인 지난달 23일 팔라듐 가격은 그램 당 9만5160원이었으나 지난 2일에는 10만3715원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로 하는 네온·크립톤·제논 등 희귀 가스도 두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당장 단기적으로 3개월치의 희귀 가스 재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수급처를 다변화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희귀 자원 국산화를 가속화 한다는 방침이나, 네온 가격은 지난해 대비 최고 3배 가량 급등하는 등 국내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경제 제재로 공급망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며 "사태가 빠르게 진정된다 해도 글로벌 공급망 훼손과 경제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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