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항공유가, 전년비 58.8% 급등…더 오를 가능성도
리스비·유가·정비비, 달러로 결제…판관비 손실 불가피
정부, 고용 유지 지원금 지급 대상서 대한항공만 제외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제 유가와 환율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오미크론 확진자는 20만명대를 기록하고 있고, 고용 유지 지원금은 일부 항공사들에게만 추가 지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항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4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일 종가 기준 110.46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는 116.65달러, WTI유도 107.67달러를 찍었다. 국제 항공유가도 배럴당 111.13달러로 1년 전 대비 58.8%나 상승했다.

미국 투자사 바이슨 인터레스트는 "원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는 주요 원인으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산유국들이 증산에 소극적인 점이 꼽힌다.

   
▲ 대한항공 화물기가 인천국제공항 저유 시설을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같이 유가와 달러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은 경영상 타격을 입게될 전망이다. 항공사들은 전체 영업이익 중 30% 가량을 유류비로 지출하는데, 손실을 최소화 하고자 정해진 가격에 항공유를 미리 사두는 '유가 헤지 거래'를 채택한다. 계약 가격보다 오르면 이익을 보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고유가 기조가 계속 이어지면 영업이익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대한항공은 공시를 통해 최근 5개년 평균 연간 3000만 배럴을 소비한다고 밝혔다. 항공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3000만달러(한화 약 362억8500만원) 손실을 보는 셈이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세를 보여와 악재로 작용한다. 이날 12시 기준 1달러당 1209.5원이고, 개장 초반엔 1212.6원을 찍기도 했다. 항공업계는 항공기 리스비와 유가, 정비 부품값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각종 판매·관리 비용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약 490억원의 환차손과 재무제표상 현금 흐름 측면에서도 190억원의 손해를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분기 연결 제무재표 기준 환율이 10% 오르면 386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행 안전 권역(트래블 버블) 설정으로 에어서울이나 제주항공은 괌이나 사이판 등 근거리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고 있지만 연일 확진자가 20만명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여객 수요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부채비율 855%인 티웨이항공은 11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에 불이 꺼져 있다./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항공업계에 대한 고용 유지 지원금을 이달로 종료하고자 했으나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 항공사(LCC) 한정으로 연장 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 4565억원을 냈지만 당기순손실이 2790억원으로 지급 기준을 충족한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엔가이드는 2021년 LCC 영업손실이 회사별로 △제주항공 3225억원 △티웨이항공 1577억원 △진에어 1989억원 △에어부산 2043억원으로 4개사 총합 883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4644억원, 당기순이익 6387억원을 거둬 고용 유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인건비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고 정부 지원금을 활용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데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산유국이나 미국 정부는 자국 항공사를 적극 밀어준다"며 "대한항공을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도약케 하고자 한다면 정부는 당기순이익을 낸다는 이유로 고용 유지 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