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념 뛰어 넘는 지지 선언 이례적...홍준표 "대선판 참 난잡스러워…정상 아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제20대 대통령선거가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조직들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일부 당원들도 윤 후보에게 투표하자는 운동을 전개했다.

반면 국민의힘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던 일부 인사들과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 박근령 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눈길을 끌었다. 

정치 이념을 뛰어 넘는 이 같은 지지 선언 행렬은 이번 대선에서 볼 수 있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진단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친문 지지자를 의미하는 ‘문꿀 오소리부대’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윤 후보에 대한 전략적 지지를 선언했다. 

‘물꿀 오소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성인 ‘문’과 자신을 공격하면 끝까지 쫓아가 응징하는 습성을 가진 ‘벌꿀오소리’를 합쳐 만든 단어다. 이들은 지난 민주당 경선 당시에는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월3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앞서 대표적인 친문 단체 ‘깨어있는 시민연대(깨시민)’도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통합 윤 후보 지지 선언’ 행사를 열었다. 이 단체는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응원하는 ‘조국 수호 집회’에 참여한 진성 좌파로 분류된다.

같은 날 회원 8만여 명을 보유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팬카페 ‘젠틀재인’의 대표 ‘규리아빠’도 공지를 통해 “팬카페 젠틀재인은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도 공정하지 않고 결과도 정의롭지 않았던 민주당과 후보 호소인에게는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당원들의 모임인 ‘NY사랑’ 소속 일부 회원도 윤 후보에게 투표하자는 ‘이번에는 2번’ 운동을 전개했다. 앞서 이 전대표 측근인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지난 달 21일 “이재명의 삶과 행태에 동의가 어렵다”며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 결여’를 문제 삼았다. 도덕적으로 흠이 있는 후보를 민주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뽑아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대선 기간 내내 대장동 의혹, 배우자의 공무원 갑질‧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의 문제로 논란이 됐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월 28일 강릉 월화거리광장에서 "어머니! 윤석열이 왔습니다!" 라는 유세에서 지지자들 환호에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또 다른 쪽에선 이재명 후보가 이른바 ‘민주당계의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지지를 못 받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을 감지했던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2일 유세에서 “제게 정치적으로 가장 아픈 부분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사랑하는 분들의 마음을 온전히 안지 못한 것이다. 2017년 경선 때 지지율에 취해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지만 친문 세력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홍준표 의원의 당내 경선캠프 인사인 표철수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인사들이 지난 1일 이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친동생인 박근령 씨도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 고문에 임명됐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 이념을 넘어선 지지 선언에 대해 “참 더러운 대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대선판이 참으로 난잡스럽다”며 “이념도 없고 이합집산하는 모습들이 참으로 가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우파 쪽 사람들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진보좌파 측 사람들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다”라며 “아무리 막장 대선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하루빨리 끝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 더러운 대선이지만 정권교체는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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