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난항’…우크라 측 “기대했던 결과 못 얻어”·러, 남부 해안 장악
러시아군, 자포리자 원전 포격 화재 발생…英총리, 긴급 안보리 소집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러시아의 무력침공 8일째를 맞은 3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차 협상을 갖고 민간인 대피를 위한 통로 개설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대피하는 동안 해당 지역에서는 휴전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측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협상단 대표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벨라루스에서 열린 2차 협상을 끝낸 뒤 “러시아는 민간인을 위한 인도주의 이동 통로를 개설하는 방안을 지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도 “일시 휴전과 함께 인도주의 통로를 만들자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다만 포돌랴크 고문은 “유감스럽게도 기대했던 결과는 얻지 못했다”고 밝혀 협상이 여전히 난항을 빚고 있는 것을 시사했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1차 협상 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 2시간 30분동안 진행한 회담에서 민간인 이동로를 만드는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조만간 민간인 이동로를 운영하기 위한 채널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워낙 많은 도시가 러시아군에 포위돼있기 때문에 이번 협상은 인도주의적 측면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양측은 다음주 3차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양측의 합의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헤르손을 점령한 뒤 또 다른 남부의 항구도시인 마리우폴을 포위한 상황에서 나왔다. 만약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점령하게 된다면 다음 오데사를 노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럴 경우 우크라이나는 남부해안을 모두 내주게 되어 흑해와 아조프해에 접근하지 못하면서 해상 수송로가 차단된다. 특히 남부해안은 이미 친러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동남부 돈바스 지역과 연결돼 있다. 러시아군이 더 북진하면 수도 키이우도 위험해진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침공한지 8일째인 3일(현지시간) 양측의 협상 국면에서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을 포격하는 공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쟁 모습./사진= YTN 방송화면 촬영

특히 우크라이나의 민간인이 대피한 뒤 러시아가 대대적인 군사 공격을 가하면서 신속한 점령 가능성이 우려된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즉시 휴전’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평화협정이 맺어지더라도 우크라 비무장화는 완수할 것”이라고 말해 평화 해결 가능성을 일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일 90분간 전화통화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측근도 이날 AFP통신에 “푸틴 대통령은 군사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으며, 우크라이나 전역 장악을 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양측의 협상이 이뤄지는 시각에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가 등을 공격했다는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가 전해졌다. 특히 최대 원전이 위치한 남동부 자포리자주 직할 도시 에네르포다르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4일 자포리자 원전에서 폭발사고와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현재 화재는 진압된 상태이고, 한때 원전 일대 방사능 수치가 올라갔다는 관측이 있으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원전 단지의 방사능 수치에는 변화가 없으며, 핵심 설비 등 원전 시설 안전도 확보된 상태라고 보고한 것으로 보도됐다. 

해당 원전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공업지역 자포리자주 주도 자포리자에서 112㎞ 떨어진 에네르호다르시에 위치해 있다.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도네츠크에서 서쪽으로 200㎞ 거리에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자포리자 핵발전소 공격과 관련해 유럽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진 뒤 긴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밝혔다. 존슨 총리는 “앞으로 몇 시간 안에 긴급 안보리 회의를 열고 러시아가 촉발한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3일 러시아의 억만장자 재벌과 크렘린궁 대변인 등을 제재 대상에 올리는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백악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 19명과 47명에 달하는 그들의 가족의 비자를 제한했다. 올리가르히 중에는 러시아 철강·광물업체인 메탈로인베스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소유주인 알리셰르 우스마노프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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