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나쁜데 고액 연봉이라니...납득이 안돼, 납득이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저금리·저성장으로 은행권들의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은행권 수장들의 연봉은 10억원을 우습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악화로 은행권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마당에 은행장의 고액 연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각 은행들이 금감원에 제출한 2014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수익성이 하락한 결과와는 달리 은행장들의 연봉은 높았다. 특히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급여급인 25억4000만원에 퇴직금 46억2000만원을 더해 총 72여억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 저금리·저성장으로 은행권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결와는 달리 각 은행들의 CEO 연봉은 올랐다/사진=TV조선 캡쳐

하 전 행장에 이어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최고경영자(CEO)는 리처드 힐 전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으로 27억원을 받았고 금융지주 중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회장이 17억37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은행권 연봉 상위순으로 살펴보면 김한 전 전북은행장이 16억2800만원,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이 15억1900만원이 올랐다.

이 밖에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2억3300만원,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은 12억1000만원,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7억6600만원,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은 10억9500만원을 받았다.

이처럼 높은 연봉을 받은 CEO들은 정작 자신들의 연봉 값어치만큼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특히 은행권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인다며 구조조정 단행했던 사실이 두드러졌다.  

실제 은행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012년부터 꾸준히 하락해 2013년에는 1.95%로 1%대로 떨어졌다. 이후 계속해서 내리막을 탔다. 결국 지난해 은행권 순이익은 6조2000억원으로 지난 2007년 비해 반토막도 못 된 수준을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에 은행권에서는 구조조정이라는 쉬운 방법을 택했다.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해 희망퇴직자들에게 최대 60개월치 급여를 제공한다는 조건에 전 직원 4200여명 가운데 650여명을 내보냈다. 하 전 행장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조와의 갈등에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얻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역시 지난해 200여명의 희망퇴직자가 짐을 쌌다. 신한은행도 지난 2월 희망퇴직자들에게 잔여 정년과 직급별로 평균임금의 24~37개월치 특별퇴직금을 주며 310명을 보냈다. 

이와 관련해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는 "회사는 위기라고 말하며 구조조정을 하는 마당에 임원들 특히 리더가 자기 잇속 챙기기 식이 돼버렸다"며 "향후 직원들에게 허리띠를 졸라 매자는 말을 어떻게 꺼낼 수 있을까 의심이 된다"며 꼬집었다.

특히 그는 실적이 좋지 않은 은행권들 임원들에 대한 보수 평가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셌다.

실상 하나금융은 2013년까지 7만주였던 '성과 연동 주식보상' 한도를 지난해 주총 때 5만주로 줄였지만 이를 다시 7만주로 원상 복귀할 방침이다. 신한금융도 기존 60억원이었던 이사 보수 한도를 작년 주총에서 30억원으로 삭감했다가 올해 45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더욱이 올 들어 시중은행들은 저금리 추세를 반영한 조치라며 잇따라 예·적금 금리를 줄줄이 내렸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예금과 적금금리는 연 1%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부가혜택도 축소하고 없애는 수익성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 공동대표는 "이번에 수수료 보면 고객들 쥐어짜면서 가져간 수수료를 결국 대주주가 배당을 다 챙겨간 꼴이다. 특히 씨티은행과 SC은행은 비판 받는데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미국에서 이와 같은 현상을 보이는지 궁금하다"며 "결국 구조조정으로 직원 잘라서 자기 연봉을 챙긴 것 밖에 더 되겠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