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 진정국면에 수요 급증, 유가 상승압력 심화 전망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이 지속되자, 유류세 인하 연장을 발표한 가운데, 인하율 제고 없이는 절감 효과 체감은 미미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4월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지만, 인하율 인상 여부는 상황에 따라 검토키로 했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유전지대./사진=한국석유공사 제공


지난해 11월 정부는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6개월간 유류세 20% 인하를 시행해, 리터(ℓ)당 1800원대였던 국내 휘발유 가격을 1월 둘째주에는 1622원까지 떨어뜨렸다. 

그러나 국제 정세 불안 등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오름세로 전환돼, 유류세 인하 시행 이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3월 1주째 국내 휘발유 가격은 1763.96원으로 지난주 대비 24.17원 올랐으며, 경유도 1591.30으로 26.81원 상승했고, 액화석유가스(LPG) 역시 1068.63원으로 전주 대비 18.94원이나 올랐다.

국제유가의 경우 6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배럴당 130달러선을 돌파했다. 이날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18% 폭등해 139.13달러에 거래됐으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30.50달러, 두바이유는 114.9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각각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이에 현재 20%인 인하율을 확대하지 않으면,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기름값 절감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류세 인하율이 30%까지 확대되면 휘발유 가격은 ℓ당 최대 305원 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석유유통협회 및 한국주유소협회 등은 “유류세 인하가 전국적으로 기름 값을 고르고 즉각적으로 낮출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정부는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세수 감소를 감내하고 유류세 추가 인하를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유류세율을 낮추더라도, 유가 자체가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세수가 늘어나 충분히 추가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율은 20%로 역대 최고 수준인 만큼, 큰 폭의 추가 인하율 시행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면서도 “현재 에너지 시장의 수급 상황과 가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신중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답했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현재 유가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경우, 국제유가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급 차질 우려에도 OPEC+(석유산유국 및 비산유국 수출기구)가 추가 증산에 나서지 않음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했다”면서 “원유시장에서는 서방의 대(對) 러시아 보복 조치 등으로 원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 핵협상 타결 가능성 및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략 비축유 방출(6000만 배럴) 결정 등에 따라 OPEC+가 이러한 증산계획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생산량 증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애미리트(UAE) 등 일부 국가에 국한되면서 생산 부족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국내 시장에 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휘발유 값의 추가 상승은 자명한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오미크론 확산세 진정에 따른 각국의 방역 규제 완화 등으로 수요는 증가 추세를 보이는 만큼, 유가 상승 압력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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