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김인권은 주연작마다 짙은 페이소스를 보여주는 배우다. 흐뭇한 웃음뒤에 숨은 소시민의 뜨거운 눈물을 이처럼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배우는 없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더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 하다. 웃길 때는 처절하게, 울 때는 미어지게 하는 영화 ‘약장수’다.

1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약장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조치언 감독과 배우 김인권, 박철민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사진=26컴퍼니

김인권은 ‘약장수’를 통해 처음으로 아버지를 연기한다. “가장으로의 무게감? 아빠가 돼가는 무게감은 다들 비슷하더라”며 그는 “첫째가 초등학교 3학년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누적된 삶의 느낌이 녹아든 것 같다. 영화는 극단적 상황이지만, 이를 통해 숲 밖에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때문에 웃음도 진지함도 인위적이지 않다. 김인권은 “이 시대 가장들이 아빠로 살기 힘들지 않냐는 생각을 했다”며 “무게감보다는 진지함, 어깨가 무거운 느낌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일부러 무게를 잡은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엔딩 장면 역시 이같은 감정 흐름을 이어간다. 그는 “(마지막 장면은)아무리 노력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벼랑 끝에 선 남자의 슬픔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어머니들과 함께 연기하며 웃어주고 리액션 해주는 모습은 아빠로서의 절박한 상황에서 오는 감정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약장수’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김인권의 민낯(?)도 도장한다. 처음에는 팬티만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몸으로 승부해보자’ 싶어서 노출을 감행했다고. 박철민이 “감독님이 시간이 부족해 김인권 엉덩이 노출 장면을 축소하려 했는데 우리가 격렬히 반대하며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하자 김인권은 “다른 현장은 노출 하면 공사도 해주는데 다들 나가라고 하고 난 혼자 팬티를 벗어서 던지고 그랬다. 정말 힘들었다”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 사진=26컴퍼니

‘약장수’ 개봉일은 공교롭게도 ‘어벤져스2’와 같다. “우리가 꼭 ‘어벤져스2’랑 맞대결을 벌이는 것 같다”는 그는 이내 “‘어벤져스2’가 삶을 잊을 수 있는 영화면 ‘약장수’는 삶이 느껴지는 영화다. 노력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 도와주십쇼”라고 부탁했다.

한편 ‘약장수’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건강식품과 생황용품을 파는 속칭 ‘떴다방’에 취직한 가장의 눈물겨운 생존기를 그린 작품으로 2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