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250만가구 공급 공약…공급 규모보다는 실현 가능한 목표·방안 제시 필요
[미디어펜=이동은 기자]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부동산 정책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폭등, 시장 혼란 등 부동산 정책으로 많은 질타를 받아온 만큼 윤석열 당선자는 ‘시장 안정’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확대, 부동산 세제의 합리적 개편 등의 과제를 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공급 목표와 방안을 제시하고,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현실성 있는 공급 목표·방안 제시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 폭탄은 지양하고, 지역별·사업지별로 공급 가능한 물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을 제시하고 확실히 추진해 시장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민간의 공급 역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및 양도세·종부세 정상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그동안 공약을 통해 임기 내 수도권 150만가구를 포함한 전국 2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업별로는 △재건축·재개발 47만가구(수도권 31만가구)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20만가구(수도권 13만가구)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가구(수도권 14만가구) △소규모 정비사업 10만가구(수도권 7만가구) △공공택지 142만가구(수도권 74만가구) 등이다.

공급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공약했다. 정밀안전진단 기준 합리화,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완화, 신속 통합 인허가,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통해 정비사업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1기 신도시에서 용적률 상향 조절·규제 완화 등을 통한 10만가구 추가 공급도 약속했다.

청년 주거복지를 위해서는 ‘청년원가주택’ 3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청년원가주택은 무주택 청년 가구가 시세보다 낮은 원가로 주택을 분양받고, 5년 이상 거주한 후 국가에 매각해 차익의 최대 70%를 가져가는 형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급 규모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방식을 정립하고 사업경험과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규 주택 공급과 정비사업이 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을 불러오더라도 꾸준한 공급정책이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는 한 시민의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세제·대출규제, 임대차3법 등 점진적 완화해야

대출·세제 규제와 임대차 3법을 점진적으로 완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가·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세금 부담이 크고 대출 규제로 거래 절벽이 심화된 상황에서 세금 정상화를 통해 거래 활성화와 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출 규제 완화 공약을 내놨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80%까지 인상하고, 지역과 관계없이 LTV를 70%까지 단일화한다는 계획이다. 단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LTV 상한을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차등화한다. 

세제 개편에 관련해서는 공시가격 환원과 세제 정상화를 약속했다. 주택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고, 장기적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통합을 추진한다. 양도소득세 개편, 취득세 부담 인하도 내세웠다.

윤석열 당선인은 앞서 대선후보 토론에서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을 가장 먼저 손봐야 할 부동산 정책으로 꼽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한 임대차 3법은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 심화, 전월세난 가중 등을 불러온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양준모 교수는 “임대차법 등 시장 교란을 불러온 제도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상화해야 임대료 안정화를 유도하고 또 다른 시장 혼란을 막을 수 있다”며 “대출 규제는 은행이 차입자 신용도 등을 고려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간접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되,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연착륙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세법이나 임대차법 등이 수정될 여지는 있지만, GTX 같은 주요 개발 호재는 취소되지 않기 때문에 집값 상승 방향을 지속될 전망이다”며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이유로 신규 주택 공급이나 정비사업을 차단하면 현재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강한 규제가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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