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만 고집하는 조림...소나무 단순림 동해안, 산불에 ‘불쏘시개’ 역할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동해안 경상북도 울진, 강원도 삼척 일대의 산불이 8일 째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사상 최악의 피해가 예상되는 '국가적 재난' 수준의 이번 산불 원인으로, 50년 만의 최악의 겨울 가뭄, 봄철에 국지적으로 부는 동해안의 '태풍 급 강풍'을 원인으로 꼽고, 아직 기후변화라고 지목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근본 원인으로, 산림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산림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나무만 고집하는 조림과 '숲 가꾸기' 사업 등, '거꾸로 정책'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

산림청 등 정부는 소나무 등 침엽수가 불에 잘 타고, 특히 송진은 인화성이 강해 솔 숲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은 이야기하면서도, 실제 조림은 소나무만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 울진 지역 산불이 거세게 번지고 있다./사진=산림청 제공


환경운동연합은 "소나무는 인화력이 강화고 내화성이 약해, 산불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소나무 '단순림'으로 구성된 동해안 산림에 작은 불씨라도 던져지면,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산불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이제는 소나무 숲을 고집해 조림해선 안 되며, 수분을 많이 보유하는 낙엽 활엽수림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어야 산불에 강한 숲이 된다는 것.

그러나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은 거꾸로, 불쏘시개가 되는 소나무만 남기고 산불을 억제하는 참나무 등 낙엽 활엽수는 '잡목'이라고 여겨 베어버리고 있다며, 나무를 베어낼수록 빗물의 유출량은 증가하고, 토양은 건조해지며, 숲을 통과하는 바람은 빨라진다고 강조했다.

또 "숲 가꾸기를 통해 듬성듬성 말라가는 소나무 숲은 바람에 의해 물을 빨리 증발시켜, 산불에 취약한 숲이 됐다"면서 "소나무에 대한 집착과 숲 가꾸기의 결과가, 대형 산불의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했다.

실제 소나무 등 침엽수는 자연 상태에서 생태적으로 '열위'에 있고, 점차 낙엽 활엽수림으로 바뀌는 게 자연의 이치다. 

잎이 가늘면 '광합성'에 불리하고, 당연히 이산화탄소 흡수와 산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물론 소나무는 우리 민족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산림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높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자연에 개입해 '소나무 일색'으로 만드는 것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산림청이 숲 가꾸기를 하지 않는 설악산, 오대산 등 국립공원에는 같은 기후조건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하지 않으며, 인근에 불이 나도 국립공원으로는 번지지 않는다는 것.

최진우 서울환경운동연합 전문위원은 "산불에 강한 숲은 물을 많이 품고 있는 자연 숲으로, 야생 동물의 보금자리이자 토양 유기물이 풍부한 탄소 저장고"라며 "숲 가꾸기 예산을 투입해 오히려 산불이 더 확산되고, 산림 생태계가 황폐해지며, 산림의 공익적 기능이 훼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기존 방식의 산림청 숲 가꾸기 확대는 이제 안 된다"면서 "산불에 강한 숲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숲의 관리 목표와 방식을 전환하고, 기후위기 시대 산불 최소화를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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