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역대 당선인들 당선 소감서 '통합·화합'이 주요 키워드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당선 소감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경제 성장을 위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자유와 시장은 보수 가치의 핵심으로 역대 당선인 중 이 같은 포부를 밝힌 이는 윤 당선인이 처음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보수 대통령으로 분류되지만 당선 소감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바탕으로 국가 경제를 성장시킨 국가 지도자로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마가렛 대처 총리가 있다. 이들은 ‘자유’가 개인과 기업, 국가의 번영을 가져온다는 것을 경제 성장으로 증명해 낸 바 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3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그러나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당선 소감에서 ‘자유’와 같은 가치를 논하기 보단 ‘통합’, ‘화합’을 중요시 여겼다. 역대 대통령 모두 분열을 없애고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장담했지만, 새 대통령이 뽑히면 다시 통합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되풀이 되곤 했다.

통합, 그리고 ‘자유’ 언급한 윤석열

윤 당선인 역시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과 마찬가지로 ‘통합’을 언급하긴 했다. 

그는 “국민들께서는 26년간 공정과 정의를 위해 어떠한 권력에도 굴하지 않았던 저의 소신에 희망을 걸고 저를 이 자리에 세우셨다”며 “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개혁의 목소리이고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워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철 지난 이념을 멀리하고,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더욱 두텁게 할 것”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따뜻한 복지도 성장이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성장과 복지가 공정하게 선순환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간 역대 대통령 모두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었지만,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겠다’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이는 윤 당선인이 유일하다. 민간 중심의 경제는 시장경제의 한 축이다.

문재인·박근혜·이명박 모두 ‘통합’ 강조

가장 최근에 당선 소감을 전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사를 통해 국민 통합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긴박하게 선거를 치르게 돼 인수위 기간 없이 곧바로 업무에 투입됐다.

때문에 문 대통령은 당선 소감 기자회견 없이 취임사를 통해 “제 가슴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듭 말씀드린다”며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후 이 취임사는 현 정권에서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패러디 되곤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통합을 이야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2월 20일 당선 인사를 통해 “과거 반세기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 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국민행복을 중심에 뒀다.

   
▲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3월10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헌화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19일 밤 당선 인사를 통해 경제와 통합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를 반드시 살리고 사회 화합과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노무현·노태우는 통합…김대중은 북한, 김영삼은 경제회복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 19일 당선 인사를 통해 “앞으로 저를 지지한 분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모든 국민들의 대통령으로서 심부름꾼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며 통합의 의지를 피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시선은 북한에 있었다. 그는 1997년 12월 18일 당선이 확정되자 “오늘은 건국이래 가장 기념할만한 획기적인 날”이라며 “민주국가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IMF(국제통화기금) 협약은 반드시 준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북한에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를 제안하면서 이를 위한 특사교환재개를 아울러 제안하겠다”고 했다.

첫 ‘문민정부’의 시작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제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당선 다음 날인 1992년 12월 22일 기자들과 만나 “6공 초기에는 5공청산과 총선 등 부담이 컸으나 지금은 그런 부담이 없는 만큼 앞으로 짜임새 있는 준비를 통해 경제 회복 등 제반 문제점을 하나하나 착실하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첫 직접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12월 17일 “16년 8개월 만에 처음 있는 우리나라 직선제 대통령 선거에서 나라의 주인이신 여러분의 엄숙한 부름을 받은 이 보통사람, 노태우 여러분에게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민주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는 자신과 민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대결과 반목의 정치적 유산을 청산하고 민주화합의 새 시대를 열어서 안정 속에 선진국으로 비약할 것을 염원하는 국민 모두의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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