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가격 14년 만에 최고치 넘어서… 옥수수, 대두도 10년 만에 최고치 근접
환율 연평균 예상치 크게 벗어날 듯… 물류비용 부담 확대도 만만치 않아
국내 유통기업들 수출 비중 크지 않아… 우크라 사태 장기화 시 부담
[미디어펜=문수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유통업계가 최근 불안한 국제 정세로 인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원가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유통업계는 올해 터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밀, 대두, 옥수수 등 곡물가격의 폭등과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특히 원유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물류비용도 치솟고 있어 실적 악화를 피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세계 곡물가격 추이./그래프=KREI 제공

유통업계는 지난 2019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실적 개선을 모색해왔는데, 올해를 원년 회복의 기점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상반기부터 대처하기 힘든 악재가 터지면서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단기간 영향은 적지만 러-우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손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곡물가격 폭등 심각환율은 장기화 시 피해

곡물가격의 상승폭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곡물을 공급하는 곡창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밀 수출 세계 1위고, 우크라이나는 밀5, 옥수수 4위다.

현재 곡물가격은 올해 3월 기준 톤당 밀 425달러, 옥수수 293달러, 대두 615달러다. 이는 지난 20128월 톤당 옥수수 316달러, 대두 623달러 이후 최고치다. 밀 가격은 과거 최고치였던 20083월 톤당 403달러를 14년 만에 넘어섰다.

더 큰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현재 가격에서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이 곡물은 대부분 수입하는 만큼, 국제 곡물가격 급등은 연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환율의 경우 최근 1230원대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 지속 시 13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본다. 국내 기업들 대부분 헤징과 통화스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뒀지만, 장기화 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20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180.05원이었고, 작년에는 1144.42원으로 낮아졌다. SK증권은 올해 연평균 환율을 1160원 수준으로 예측을 했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헤징이나 통화스왑 기준을 이 수준에서 잡았다면 손실을 피하기 힘들다.

국내 대표 유통기업 중 수출과 수입이 많은 CJ제일제당의 작년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0% 환율 상승 시 분기당 1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실상 곡물가격의 상승분과 더해지면 손실은 더욱 커진다.

물류비용도 유통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크라 사태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히고, 항공업계도 일부 화물 운송을 중단하고 있다. 특히 유가도 천정부지로 올라 간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결책은 수출 뿐?소비자 물가 추가 인상 가능성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나 원료를 수입하는 기업들의 고통이 큰 반면, 수출 기업은 실적이 좋아진다. 그러나 국내 유통기업 중 수입 비중이 큰 곳은 CJ제일제당 정도에 불과하다. CJ제일제당은 수출 비중이 60% 수준으로 환율 상승 시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 유통기업들의 수출 비중은 크지 않다. 각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오뚜기는 10% 수준. 농심 5.4%, 오리온 5.6% 수준에 불과했다. 수출로 현 상황을 타개하기엔 무리라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제품 가격 인상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해부터 소비자물가가 치솟고 있다. 특히 빵부터 아이스크림, 과자, 술 등 가리지 않고 가격 인상이 이뤄졌는데 현 상황이 지속되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시 유통 대기업보다 중간 업자들이나 소매상들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지속적인 원가 상승은 영업이익률 유지에 부담이 되는 만큼 실적 개선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등 비대면 판매로 살 길을 찾아 나선 유통업계가 올해를 원년 회복의 해로 정한 기업들이 많았다면서 뜻하지 않은 외부 요건으로 인해 쉽지 않은 한해가 될 것 같다. 수출 등 판매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디어펜=문수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