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자칭은 아닐 것이다. 이영돈PD는 JTBC ‘이영돈PD가 간다’의 연출과 진행을 맡으며 홈페이지와 보도자료 등에 ‘탐사보도 1인자’ 라는 표현을 썼다.

말 그대로 이영돈PD는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탐사보도 전문 프로듀서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KBS ‘소비자고발’, 채널A ‘먹거리X파일’까지 손대는 프로그램마다 시사교양 부문에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덩달아 본인의 이름값도 치솟았다.

‘탐사보도’라는 장르는 정치·사회적 이슈를 떠나면 결국 ‘흥미’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회적 현상과 문제점을 집중 고발하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비롯해 각 방송사별로 유사한 포맷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그가 종편에서 택할 수 있는 소재와 전략은 흥미 위주일 수밖에 없었다.

   
 

이영돈PD가 올해 JTBC로 이적하며 선보인 ‘이영돈PD가 간다’는 흥미성의 절정을 이뤘다. 첫 방송부터 이형호군 유괴사건 범인 목소리 제보자에 3천만원의 현상금을 걸었고, 전국 10대 역술인을 찾아 나섰다. 이후 그릭요거트 편에서 결국 논란이 번지기 시작했다.

제작진은 검증결과 그리스에서 맛본 그릭요거트를 제조하는 업체는 국내에 없었다고 평했지만, Y업체 사장이 인터넷을 통해 ‘가당과 무가당 중 검증단이 가당을 주문해 시식하고 평가했다’고 주장하며 결국 재검증과 공식적인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영돈PD는 처음으로 검증단계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고, 방송에서 사과했다.

그릭요거트 특집은 보도가 팩트와 흥미 사이에서 겉돌 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먹거리X파일’의 문제점을 그대로 떠안았던 ‘이영돈PD가 간다’는 이영돈PD의 유제품 광고와 맞물려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절대적 필요조건인 신뢰성이 무너지자 대중은 일방적으로 그를 외면했다.

대중은 이미 ‘PD수첩’과 ‘그것이 알고싶다’ 등을 통해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이끄는지에 대해 익숙해졌다. 쉽게 파고들 수 없는 문제들과 정면으로 대치하는 제작진의 고군분투가 신뢰를 이끌었다.

반면 이영돈PD는 종편이적 후 먹거리에 집중하면서 대기업,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중소 영세사업자들 위주의 잠입 취재에 주력했다. 상인들의 비판과 더불어 시청자 역시 ‘왜 가장 약자를 건드리느냐’는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MSG를 둘러싼 논쟁에서 대립은 극에 달했다.

이영돈PD는 이번 사태를 통해 탐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진의 정치·사회적 중립, 대중에 대한 신뢰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웠다. 단순 방송인이 아닌 언론인, 그것도 ‘탐사보도 1인자’라 자부했던 스타PD의 떠나는 뒷모습은 쓸쓸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너져가는 언론의 양심을 되돌아보게 했다는 점에서만큼은 긍정적인 면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