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레드라인’ 위협 ICBM 시스템 2차례 시험에 핵실험 가능성도
안보리 ‘유류 추가제재’ 가능하지만 중국 방관에 러시아 반대 예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평양 순안공항에 장거리미사일 시험을 위한 콘크리트 시설물이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 14일(현지시간) 보도하면서 북한이 이번주 ‘레드라인’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2017년 7월 화성-14형과 같은 해 11월 화성-15형을 시험발사했을 때에도 콘크리트 지지대에 올린 TEL에서 미사일을 쐈다. 또한 군당국은 지난 주말에는 순안공항 일대에서 이동식발사대(TEL) 차량의 움직임 등 특이동향도 포착했다. 위성을 쏘아올리기 위한 로켓의 탄두부 탑재체만 바꾸면 ICBM으로 전용이 가능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월 정치국회의를 통해 핵실험·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파기를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북한은 1월부터 3월 초까지 9차례 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특히 2월 27일과 3월 5일 쏜 탄도미사일에 대해 한미는 북한의 신형 ICBM 관련 시스템을 시험한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북한은 지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화성-17형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북한은 2월 27일과 3월 5일 탄도미사일 시험에 대해 군사정찰위성 개발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김 총비서는 최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고 “5년 내 많은 군사정찰위성을 다각도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김 총비서는 위성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ICBM을 다시 발사하는 기만적 행태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지만 더 이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공동 대응이 작동하기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등은 올해 초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수차례 안보리 회의를 소집했으나 번번이 중국과 러시아의 벽에 가로막혀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이끌어내는데 한계를 겪었다. 지난 11일 미국과 중국의 북핵수석대표가 전화통화를 가졌지만 중국측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국이 먼저 성의와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선을 그은 일도 있다. 

사실 북한이 또다시 위성 또는 ICBM을 발사할 경우 안보리 차원에서 추가 제재 논의를 자동 착수하게 돼있다. 지난 2017년 12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 2397호에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북 유류 수출을 추가로 제한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트리거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 북한에서 10일 개최된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마지막 순서에서 신형 ICBM이 공개됐다. 신형 ICBM은 기존 화성-15형이 실렸던 이동식발사차량(TEL)의 9축(18바퀴) 보다 길어진 11축(바퀴 22개) TEL에 실려 등장했다. 2020.10.10./사진=뉴스1

이 2397호 결의는 그해 11월 북한의 화성-15형 ICBM 시험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채택한 것으로 이후 북한은 ICBM을 한번도 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북한이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할 경우 안보리 2397 결의에 따라 트리거 조항이 발동되어야 하는데 북한이 위성이라고 우길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에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는 것과 동시에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중에서 어느 한곳도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침공해서 전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중국은 오히려 러시아에 대해 군사 및 식량 지원을 고려 중이고, 미국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이 본격적인 시험발사할 화성-17형은 ‘괴물 ICBM'으로 불릴 정도로 거대하고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2개 이상의 핵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물을 타격하도록 만든 다탄두(MIRV) 방식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직경 2.4~2.5m, 길이 24~25m, 중량 80~110t에 이르며, 탄두 중량은 기존 화성-15형의 1.5t보다 크게 늘어난 2.5~3t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있다. 다만 한미는 북한이 ICBM에 기존 액체연료가 아닌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기술 진전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본격 레드 라인을 넘는 무력도발에 나선다면 7차 핵실험까지 동시 다발로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18년 비핵화 조치 일환으로 폭파됐던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의 복구 작업도 최근 관측됐기 때문이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4개의 갱도로 구성돼 있으며, 1차 핵실험 및 2~6차 핵실험이 1번과 2번 갱도에서 실시됐다. 따라서 3번과 4번 갱도의 경우 한차례도 핵실험이 실시되지 않아 폭파 때 봉쇄된 입구만 복구하면 바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북한의 긴장고조 수위가 올라가면서 한미 군당국은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한미일 3국 간 협의가 이뤄지는 등 공조체제 강화는 물론 미국과 중국 간 고위당국자 회동도 이뤄졌다.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회동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간 회담에서 북한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격 만난 두 사람은 7시간동안 회담을 이어갔고, 미 고위당국자는 회담 이후 블리핑에서 “북한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북한과 관련해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북한의 최근 긴장조성 행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들 우려뿐 아니라 현 시점에서 취할 필요 조치들에 중국이 관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말했다. 미중은 조만간 양국의 북핵수석대표가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해 더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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