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대의 용이한 접근성…전기차 저변확대 기대
내연기관 대체 가능한 정숙한 세단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소비자들이 바라는 전기차에 대한 이미지는 혁신이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들이 이같이 혁신을 가미한 모델을 소비하지는 않는다. 

시장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대로 접근성이 용이한 모델이 볼륨을 형성하고 다양한 소비자들을 포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스마트폰도 아이폰과 갤럭시 S시리즈 같이 시장의 기술력을 리드하는 모델이 출시는 되지만 모두가 해당 모델들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 

   
▲ 한국지엠 쉐보레 볼트EV. /사진=미디어펜


이런 의미에서 한국지엠의 쉐보레 볼트EV는 시장의 저변을 확대시켜줄 중요한 모델일 수 있다. 볼트EV 대규모 리콜로 크게 홍역을 치르고 사전계약을 실시한 지 3분기 만에 비로소 한국 땅을 밟았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내·외관 디자인이 모두 바뀌며 신차급 변신을 알린 볼트EV는 한층 개선된 모습으로 국내 고객들을 만난 것이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볼트EV를 전기차임에도 보조금을 포함하면 일반 내연기관중형 세단 수준인 3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항속거리 역시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해 부족하지 않은 400km이상을 운행할 수 있다. 

이 모델은 혁신적인 모델이기보다는 내연기관 시대가 전기차 시대로 넘어갈 수 있는 가교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운전자들이 전기차로 넘어가는 것에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충전문제와 항속거리다. 짧게 이동하면서 많은 충전시간을 요구하는 것이 기존까지의 전기차 이미지였다. 이런 걸림돌을 쉐보레 볼트EV는 약간 덜어주는 듯하다. 

이를 통해 한국지엠은 부진했던 시장에서 만회 살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가성비 높은 전기차로 새롭게 전환되고 있는 시장 분위기에 볼륨을 키우는 것에 일조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런 쉐보레 볼트EV를 직접 운전해 봤다. 한국지엠은 서울 서초구 소재 더케이호텔에서 쉐보레 미디어 시승 행사를 열고 순수 전기차 '볼트EV'를 선보였다. 2022년형 볼트EV는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외부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모두 바꾸고 안전·편의사양도 대폭 늘리는 등 신차급 변화를 구현했다.

   
▲ 한국지엠 쉐보레 볼트EV 운전석 인테리어. /사진=미디어펜

   
▲ 한국지엠 쉐보레 볼트EV에는 150kW(키로와트)급 고성능 싱글 모터 전동 드라이브 유닛을 탑재해 204PS의 최고출력과 36.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사진=미디어펜


주행코스는 호텔에서 출발해 경기도 시흥시에 소재한 시흥프리미엄아울렛에 도착한 뒤 회차해 돌아오는 왕복 총 82km 거리였다. 프리미어 단일 차종으로 행사장에는 퓨어 화이트, 미드나이트 블랙, 아이스 블루 등 3가지 컬러 중 화이트와 블랙이 마련돼있었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배터리 충전량을 80%로 제한한 이전 모델이었다. 최대 충전 용량을 100%로 설정한 신형 배터리가 탑재된 신형 볼트EV는 2분기로 예정된 고객 인도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실제로 본 볼트EV는 예상대로 상당히 전 모델보다 앙증맞다. 길이 4140mm, 너비 1765mm, 높이 1595mm로 르노 조에 보다 크고, 현대차 코나EV, 기아 니로EV 보다는 작다. 공차중량은 1640kg이어서 조에와 비교하면 95kg 더 무겁다.

전면은 전기차 다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확' 바뀌었다. 매끄럽게 떨어지는 후드와 양옆으로 자리한 LED 주간주행등의 비율은 이전 보다 한층 날카로운 인상을 준다. 그리 잘생겨보이진 않는다.

정중앙 블랙 보타이 엠블럼 밑으로 이어지는 그릴 패턴의 면적은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며, 양옆으로 LED 프로젝션 헤드램프가 배치돼있다. 풀 LED 리어램프가 기본 적용된 후면은 입체적이어서 전면보다 훨씬 역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내도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변화가 있다. 또 기존 기어노브 대신 콤팩트한 버튼식 기어 시프트와 전자식 파킹브레이크가 적용돼, 작동이 한층 수월해졌다. 

다만 버튼식 기어 시프트는 푸시와 풀 타입 2가지 형태로, 운전할 때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기어시프트 하단에 공간이 있어 가방이나 신발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활용성이 한 층 유용하게 됐다. 3단 열선 시트와 열선 가죽 스티어링 휠은 겨울철 주행 시 운전자의 마음도 한층 따뜻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뒷좌석은 소형차치고는 넓은 편으로 어린이가 있는 가족들의 패밀리카로도 손색없다.

시동을 켜고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했다. 스케이트를 밟듯 부드럽고 조용히 나아갔다. 드라이빙 내내 느낀 정숙성은 전기차의 장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차체 하부에 수평으로 배치된 배터리 패키지로 낮은 무게중심을 구현해 달리는 동안 높은 주행 안전성도 훌륭해 보였다. 

   
▲ 한국지엠 쉐보레 볼트EV. /사진=미디어펜

   
▲ 한국지엠 쉐보레 볼트EV. /사진=미디어펜


하지만 운전을 시작하면서 바로 느낀점은 전체적으로 딱딱해졌다. 전세대 볼트EV는 세단같은 느낌의 성향이 강했던 것과 달리 좀더 운전의 재미를 느껴 볼 수 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받을 만큼 딱딱해졌다. 

내연기관과 다른 큰 힘으로 보다 즐거운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도록 변경된 부분인 것 같다. 쉽게 접근한 소비자들이 보다 전기차의 매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기차에 대한 매력을 최대한 느낄수 있도록 어필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동급의 내연기관보다 파격적으로 조용해진 정숙성을 보유한 자동차가 경쾌한 주행성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이런 부분은 여러번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은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부족함도 있다. 이 모델에 현재 시장이 기대하는 전기차에 대한 혁신의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부터 항속거리를 위해 최고속도를 시속 140km까지 줄였다는 부분이다. 크게 사용할 일은 없다고 해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은 아쉽다. 

볼트EV는 150kW(키로와트)급 고성능 싱글 모터 전동 드라이브 유닛을 탑재해 204PS의 최고출력과 36.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차급을 생각하면 충분히 재미있는 운전이 가능한 모델이지만 이를 제한하고 항속거리에 집중시킨 모습이다. 

제원상 볼트EV는 1회 충전으로 414km까지 주행 가능하다. 저온 주행거리는 273km이기 때문에 겨울철 장거리 운전은 유의해야 한다. 급속충전 시 1시간 만에 전체 배터리 용량의 80% 충전이 가능하다.

첨단 안전 및 운전자 보조 사양도 이번에 업그레이드됐는데, 새롭게 적용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를 사용해봤다. 앞 차량과 차간 거리를 알아서 유지하면서 설정된 속도에 맞게 주행하는 것으로, 스티어링휠에 장착된 크루즈 버튼으로 쉽게 설정할 수 있다.

100km로 설정하자, 70~100km까지 자유자재로 속도를 조절하며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앞차가 옆차선으로 이동할 때는 속도를 빠르게 높이며 넓어진 간격을 좁혔다. 100km에 도달하니 앞차와 거리가 멀어도 더 이상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지루한 긴 터널을 스릴있게 지나고 싶다면 ACC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 한국지엠 쉐보레 볼트EV 트렁크 적제공간. /사진=미디어펜

   
▲ 한국지엠 쉐보레 볼트EV 트렁크 적제공간. /사진=미디어펜


이 밖에 차선이탈 방지 경고 및 보조시스템, 저속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등 14가지의 능동 안전사양을 갖췄다. 전용 미쉐린 셀프실링 타이어도 탑재해 360 올 어라운드 세이프티를 구현했다.

앙증맞은 디자인에 편의·안전사양도 두루 업그레이드한 쉐보레 볼트EV는 도심 출퇴근용으로 세컨카를 고려하는 직장인에게 가장 어울린다. 차체가 작다 보니 성인 4명은 부담스럽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뒷좌석에 태우는 패밀리카용까지는 아우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차급 변화에도 출고 가격은 크게 낮춰 제대로 경쟁력을 높였다. 정부 및 지자체 전기차 구입 보조금을 제외한 가격은 4130만원으로, 이전 볼트EV 모델(4814만원)과 비교하면 684만원 저렴하게 책정됐다. 현대차 아이오닉5(4695~5755만원), 기아 EV6(4630~5980만원)의 출고 가격 보다 낮다.

환경부의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별 추가 보조금을 적용받으면 3000만원 초반에 볼트EV 구입이 가능하다. 전기차는 사고 싶은 데 진입 장벽이 높아 망설였던 고객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쉐보레는 지난해 대규모 리콜이라는 악재를 딛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LG배터리를 장착한 볼트EV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게 됐다. 아픔만큰 성숙한 품질로 오래 기다려온 고객들에게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한 상황에서 GM(제너럴모터스)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탄생한, 태생부터 전기차인 볼트EV의 재도약은 앞으로 출시할 GM의 전기차 라인업 성공에 있어서도 중요한 지렛대가 될 전망이다.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를 앞둔 볼트EV가 매력적인 주행거리와 가격을 앞세워 국내 고객들의 마음을 새롭게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