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차오, 중국 기술·문화 기반 특색 있는 제품 의미
90·00년대생, 소득 증가 덕 국수주의적 면모 보여
현지 진출 한국 기업, 궈차오 열풍 탈 필요성 제기
[미디어펜=박규빈 기자]1990년대·2000년대생이 이끄는 중국 시장 내 소비 트렌드가 국수주의에 가까운 수준으로 흘러가고 있고, 자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춰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프리미엄 제품을 내놔 차별화를 모색하고, 대도시 외 지역에 적극 진출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17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시장에서는 애국 소비를 일컫는 '궈차오 열풍'이 불고 있다. 궈차오는 중국을 의미하는 '궈(国)'와 유행이나 트렌드를 의미하는 '차오(潮)'를 합친 유행어로, 우리말로는 '국뽕' 내지는 '국풍'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중국화는 물론이고, 트렌드화·글로벌화 등 세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 중국의 궈차오(國潮) 마케팅 시리즈., 왼쪽부터 △중국 펩시콜라의 '궈차오' 디자인 공모전. △중국 걸그룹의 건국 70주년 주제곡 '궈차오 시대' △하얼빈 맥주 광고 △'궈차오풍'으로 웨딩사진을 찍는 중국의 예비부부

궈차오 제품은 중국 기술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특색이 있는 제품을 의미한다.

지난 몇 년간 중국 정부는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로컬 브랜드 강화 정책을 내놨다.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허난성을 방문했을 당시 자국 제품의 품질 수준을 높이고 브랜드화 할 것을 요구하는 '3대 전환' 정책을 주문했다.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에는 중국의 민족 브랜드와 전통 브랜드 강화 정책을 수립하고, 매년 5월 10일을 '중국 브랜드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는 국산품 애용을 장려하는 '애국 마케팅'으로까지 이어지며 2018년부터 소비재 업종에서 현지 로컬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 2년 간 이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위기 의식이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중국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자국산 제품에 대해 가격은 저렴하나 품질은 미흡하다는 인식에서 탈피해 가성비가 좋은 우수 제품이라는 방향으로 점차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경제 발전과 더불어 애국주의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은 1990년대생 '지우링허우'·2000년대생 '링링허우' 등 현지판 MZ 세대가 소득 증가에 힘입어 자국 문화와 제품에 대해 더욱 강한 자부심을 보이며 궈차오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와 인민일보 산하 온라인 정보 플랫폼 인민망(人民网)은 2019년에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동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로컬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는 2009년 38%에서 2019년 70%로 크게 상승했고,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개선됐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 브랜드는 62%에서 30%로 하락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 소비 시장은 전년 대비 12.5% 성장해 사실상 코로나19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궈차오를 적극 활용하는 중국 화장품 기업 이쏀과 저장이거는 현지 시장 점유율이 69위, 70위였는데 나란히 19위, 20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 최근 국제 패션 무대에 참가한 중국 의류 기업 '리닝'의 모델들./사진=한국무역협회 제공

리닝과 안타 등 의류 기업 역시 각각 2018년 대비 88.4%, 73.8%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중국 소비재 시장 성장에 따라 한국 기업의 관련 분야 수출도 2021년 역대 최대인 88억1000만달러를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간 중국 수출 중 소비재 비중은 3~5% 수준에 그친다.

한국 소비재 주력품인 화장품도 2019년 중국 화장품 수입 시장 1위를 일본 기업에 내주는 등 3위로 내려앉아 위기에 봉착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한국 기업들도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 마케팅 열기에 맞춰 제품 마케팅에 궈차오를 적극 활용해 문화적 동질감을 형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세계적인 트렌드에 민감한 신세대들이 자신만의 멋과 개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현지 마케팅에 한국의 현대적 세련미를 추가해 중국 본토 브랜드와 차별화 해야 한다는 제언도 따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관계자는 "제조 중간재 위주의 중국 수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소비재 수출 확대가 필요하다"며 궈차오 등 트렌드와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프리미엄 시장 진출과 지방 도시 적극 공략의 필요성이 따른다"고 언급했다.

한편 무협 상하이 지부가 발표한 '중국 소비자 권익 강화: 3·15 소비자의 날 적발 사례 및 시사점' 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소비자 협회에 접수된 고발 건수는 2020년 대비 6.3% 늘어난 104만여건으로 집계됐다. 

신고 유형별로는 △고객 서비스(A/S) 31.5% △계약서 27.2% △품질 20% △가격 4.4% △허위 광고 4.4% 순이었다. 때문에 현지 소비자 요구 수준에 맞춰 면밀한 마케팅 전략에 대한 소요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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