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하이투자‧KTB 등 증자계획…각 회사 'IB부문' 재정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주식 거래대금 감소‧대외 불확실성 증가 등 변화된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들이 자본확충에 나서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이 이미 자본확충 결정을 내린 가운데 증권사들의 경쟁 구도도 리테일에서 투자금융(IB) 쪽으로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 변화된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들이 자본확충에 나서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가 잇따르고 있다. 각자 역량에 따라 자본금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시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증가가 이와 같은 경향에 더욱 속도를 붙이고 있다.

증권사들의 달라진 상황은 거래대금 감소를 통해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전체 증시의 지난 1분기 일평균 거래금액은 19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가량 급감했다. 작년 1분기만 해도 이 금액은 33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까지 치솟았다. 해외주식에 대한 열기도 이전만 못한 상황이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증권사들은 리테일 부문에 대한 실적감소 상황을 각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증권사 이익창출의 중심이 IB 부문으로 넘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요 증권사들의 잇따른 자본확충은 IB 부문 쟁탈전을 위한 ‘총알’ 비축의 뜻으로 읽히기도 한다.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이 이달 초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작년 지난해 10월 모회사인 농협금융지주가 NH투자증권에 2000억원을 지원해준 것이 이은 두 번째 자본확충이다. 

때마침 정영채 사장의 연임으로 리더십에도 탄력을 받은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의 지원으로 ‘자기자본 7조원(별도 기준)’ 시대를 시작하게 됐다. NH투자증권의 자본 규모는 이미 10조원을 넘어선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2위다.

한편 지난 2월엔 하이투자증권이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자본 확충에 나섰다. 이미 지난 2020년 1월 2003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규모를 1조원대로 끌어올린 하이투자증권은 이번에 다시 추가적인 자본확충을 단행하며 경쟁 구도를 가열시켰다. 신종자본증권은 모회사인 DGB금융지주에서 전액 인수하며,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1조3000억원을 넘겼다.

지난 17일엔 KTB투자증권이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약 48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병철 회장 취임 이후 최초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유동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자본확충을 하지 않은 증권사라 해도 영업의 중심이 IB부문에 있음은 자명해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IB 조직을 신설했고 삼성증권은 IB 사업부를 개편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본사와 해외법인의 IB 역량을 강화한 모습이며, NH투자증권은 IB 사업부 대표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나란히 승진시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작년까지 나타난 증시 열풍이 올해까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면서 “지난 2년간 증권거래 활성화를 계기로 체력을 키운 만큼 올해부턴 IB나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각 회사들의 역량이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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