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추스리고 '여소야대' 정국서 윤석열정부 견제·개혁입법해야…당내 통합도 숙제
지방선거 두달 남겨 "강한 야당, 국민 기대에 부응…반드시 문 대통령·이재명 지키겠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개혁과 민생을 야무지게 책임지는 강한 야당을 반드시 만들어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키겠다. 누군가는 총칼을 맞더라도 이 험난한 고비를 앞장서서 넘어가야 한다."

172석을 이끌 더불어민주당 원내사령탑으로 3선 박홍근 의원이 24일 선출됐다.

이날 오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의원은 3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끝에 새 원내대표로 뽑혔다.

박 원내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녹록치 않다. 대선 패배를 추스려야 하고 향후 펼쳐질 '여소야대' 정국에서 원내 다수당으로 개혁입법과 정권견제를 해내야 한다.

박 원내대표는 이를 잘 알고 있는듯 24일 당선 인사에서 "쇄신과 개혁 깃발을 들고 국민과 민생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개혁 입법도 늦출 수 없다. 민생 입법, 대장동 특검, 정치개혁 입법을 최대한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인 방향은 제시한 상태다.

   
▲ 더불어민주당은 3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신임 원내대표로 박홍근 의원을 선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핵심은 코로나 피해에 대한 완전하고 신속한 보상을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며 "수사권 분리 등 검찰개혁, 가짜뉴스 방지 등 언론개혁은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내겠다. (윤석열)정부·여당(국민의힘)의 실정과 무능은 확실히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관련해 "독선, 불통,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대하는 적대적 태도를 보면 심상치 않다"며 "정치 보복, 검찰 전횡이 현실화하지 않게 모든 걸 걸고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향후 172석이라는 거대 야당의 입법을 지휘하면서, 견제와 협치 사이에서 차기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강경 투쟁에 집중하더라도 코로나 피해 극복 등 민생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에 협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민생 문제에 주로 천착해온 시민운동가 출신의 3선 정치인이다. 당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그룹의 막내격으로, 경희대 총학생회장 이후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시민운동에 몸담으면서 자연스럽게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인연을 맺었고 '박원순계'로 분류됐다.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현역 의원이면서 박 시장의 수행팀장 역할을 해 '박원순의 복심'으로 불렸다.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중진 의원 중 처음으로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지지하면서 이 전 지사의 세력 확대에 일조했고,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선후보의 핵심 인사가 됐다.

박 원내대표가 172석의 방향타를 잡게 되면서 당내 역학구도에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당내에 '이재명 역할론'이 여전하다. 박 원내대표가 윤석열 정부와 대척점에 서게 되면서 이 전 지사의 영향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전 지사에 대한 조기등판론까지 떠오를 수 있다.

다만 '이낙연계' 박광온 의원이 박 원내대표와 함께 3차 결선투표까지 오르며 경합을 벌여, 친문 세력은 당내 존재감을 과시한 상태다.

박 원내대표로서는 이재명계와 이낙연계-친문 세력과의 화학적 결합을 유도해 당내 통합을 완성해야 하는 것이 또다른 숙제다.

   
▲ 더불어민주당은 3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신임 원내대표로 박홍근 의원을 선출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6·1 지방선거 또한 박 원내대표에게 지워진 과제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는 집권여당으로서 대부분의 광역단체를 휩쓸었지만 이번에 놓인 상황은 백중세이거나 불리한 곳이 많다.

당 쇄신을 통해 민주당을 탈바꿈시키고 최적의 후보 공천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격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당 주도권 쟁탈전에서 기존 주류인 친문 진영을 제치고 이재명계가 야당 첫 원내대표를 배출했다는 점에서 당 일각에서는 '주류 교체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계속해서 진영 논리에 갇혀 있을지, 이념보다 실용에 방점을 두고 전환하는 대개혁을 일으켜 국민들에게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여러모로 박 원내대표에게 지워진 짐의 무게가 상당하다. 앞으로의 1년이 기대되고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