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이후 5년여만에 11번째 도발로 ‘ICBM 유예’ 약속 파기
전문가들 “예상보다 빨라…협상 카드 아니라 빠르게 개발 진행 전망”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와 약속한 모라토리엄을 파기했다. 지난 2017년 11월 이후 5년여만에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용감히 쏘라”는 친필 명령에 따라서다.

북한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친필 명령과 현장 지도에 따라 신형 ICBM 화성포 17형을 시험발사해 성공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ICBM이 최대 정점고도 6248.5㎞와 거리 1090㎞를 4052초(67분 32초)간 비행한 뒤 동해 공해상의 예정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고 전했다.

이는 화성 15형의 고도 4475㎞에 거리 950㎞, 53분 비행과 비교했을 때 사거리가 확장된 것이다. 1톤 내외의 탄두를 탑재했다고 가정할 때 1만5000㎞급 사거리를 확보한 것으로 미국 동부는 물론 남부까지 포함하는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게 됐다.

북한은 올해 들어 12번째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신형 ICBM을 발사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16일 10번째 탄도미사일을 시험했다가 고도 20㎞ 이하에서 공중폭발해 실패했고, 이후 20일 11번째에는 방사포를 4발 발사했으므로 이번 12번째 ICBM 발사는 예상보다 빨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 북한 노동신문은 25일 전날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포 17형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3일 발사와 관련한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현장에 참관해 발사 전과정을 지도했다고도 전했다. 2022.3.25./사진=뉴스1

따라서 우리군 일각에서는 북한의 발표와 달리 이번 ICBM이 신형이 아니라 구형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화성 15형이든 화성 17형이든 이번 ICBM이 대화 카드가 아니라는데 주목했다. 앞으로 북한은 미국을 능가할 정도로 핵무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ICBM 발사와 관련해 “미 제국주의자와의 장기적 대결의 불가피성에서 출발했다”며 “ICBM 개발사업을 최중대시해서 국방력 강화에 최우선적으로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와 관련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처럼 미국을 압박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협상력 축적 차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일단 단기적인 미국과의 대화·협상 재개를 기대하기보다 핵무력에서 미국을 능가할 정도로 핵무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데 우선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미국과의 조기 협상 재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북한의 핵공격 수단 개발과 성능 향상은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 4북한이 25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직접 지도에 따라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 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노동신문이 25일 전했다. 2022.3.25./사진=뉴스1

임 교수는 “모라토리엄 파기는 시간 문제였을 뿐 2021년 1월 8차 당대회 이후부터 치밀하게 준비되어왔다. 일시적인 강력 규탄, 대응 사격, 추가 제재 방식은 임시 봉합으로 내성만 키우게 될 것”이라면서 “보다 본질적인 해법을 빠른 시간 내 도출해서, 폭넓은 컨센서스를 만들어내고, 신속하게 집행하지 못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은 핵미사일 ‘괴물 국가’로 나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북한의 ICBM 발사는 예상보다 빨랐다”며 “당초 북한이 4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을 앞두고 군정찰위성 발사 등으로 퍼포먼스를 한 뒤 한국의 새 정부 등장 및 한미 북핵 공조 등 분위기를 보다가 후속 카드로 ICBM 발사와 핵실험을 순차적으로 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한에 새정부 출범 전 정책적 공백을 활용했다. 한미가 북핵 공조를 강화하기 전 한미의 전략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가 있다”면서 “앞으로 북한은 한반도 긴장수위을 확실하게 끌어올린 뒤 긴장을 조정하는 주도권을 쥐고 대남, 대미 정세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북한은 향후 전략무기 개발 프로세스 완수를 위해 모라토리엄 파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 집중, 유엔의 대북 대응의 약화, 한국의 정권 이양기의 틈을 타서 모라토리엄 파기를 전격 감행했다”며 “향후 북한이 한미 태도 등을 보면서 하반기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전술핵무기용 소형화를 위한 핵폭발 실험을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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