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대출규제 여파 수요급감…수신잔액 성장세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주요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인터넷은행도 대출 증가세가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리인상,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부동산·증시·가상자산 등 자산시장에 악영향을 미친 까닭이다. 지난해 투자자들이 가용 가능한 대출을 최대한 끌어들여 자산투자에 뛰어든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2월 말 기준 여신잔액은 25조 8979억원으로 한 달 전 25조 8064억원 대비 91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사진=각사 제공


카뱅은 지난해 1월 20조 9258억원의 여신잔액을 기록한 후 5월 한때 부침이 있었지만, 매월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강화된 가계대출 규제가 하반기부터 은행권에 전방위적으로 가해지면서 9월 25조 385억원을 기록한 후, 올해 2월 현재까지 여신잔액이 25조원대에 머물어 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케뱅의 2월 말 여신잔액은 7조 49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45%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뱅의 여신잔액은 2020년 말 2조 99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연말에는 7조 9000억원으로 폭증했다. 월별 여신 증가율은 7.57%를 기록하기도 했다. 

후발 주자인 토뱅은 23일 현재 약 2조 5000억원의 여신잔액을 기록했다. 

여신 증가세가 지난해보다 크게 주춤해진 현상을 두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다양한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우선 가장 큰 요인으로는 기준금리 인상이 꼽힌다. 금리인상 여파로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과열 양상을 띠던 주택시장 매수심리가 한풀 꺾였고, 최근 주식시장과 가상자산시장의 수익성이 바닥을 향하면서, 투자심리도 덩달아 위축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더해지면서, 대출심리가 꽤 꺾였다는 후문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금리가 지난해보다 많이 오른 게 가장 크다고 본다"며 "인터넷은행들이 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춘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금리가 지난해보다 많이 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대출총량관리도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당국이 은행별 대출총량한도를 설정하는 등 대출문턱을 높인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총량 관리를 위해 문턱을 높인 영향이 있다"며 "(차주들이) 과거 대출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최근) 증가세가 주춤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주춤한 여신과 달리 수신은 꾸준히 유입되는 모습이다. 카뱅의 2월 말 현재 수신잔액은 32조 5287억원으로, 전달 31조 3281억원 대비 약 1조 2006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월 23조 6513억원에 견주면 약 8조 8774억원 증가한 수치다. 

케뱅은 11조 6900억원을 기록했고, 토스뱅크는 17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토뱅은 출범 당시부터 아무 조건 없이 세전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통장(파킹통장) '토스뱅크통장'을 운영하며, 갈 길 잃은 유동자금을 대거 흡수 중이다. 

대출 악재요인이 산적하지만, 인터넷은행들은 가계대출을 늘리기 위한 경쟁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시기적으로도 차기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DSR를 크게 완화한다는 입장인 만큼, 대출 영업을 확대하기에 최적인 상황이다. 이에 은행들은 판매 제한을 걸던 대출상품을 재개하는 한편, 금리인하로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뱅은 지난해 10월부터 중단한 1주택자 대상 일반전월세보증금 신규 대출을 지난 22일 재개했다. 

금리도 내렸다. 

지난 24일 카뱅은 중신용대출과 일반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를 각각 0.50%포인트(p), 0.20%p 인하했다. 이번 결정으로 중신용대출의 최저금리는 3.578%로, 일반전월세대출의 최저금리는 2.882%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하루 전 두 상품의 최저금리는 각각 4.067%, 3.082%였다.

케뱅은 지난 5일부터 신용대출과 신용대출플러스, 마이너스통장 등 3종의 대출상품 금리를 신용등급에 따라 최대 연 0.3%p 낮췄다. 이에 따라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연 3.27%~10.32%에서 연 3.09%~10.32%로 낮아졌다. 

신규 마통 금리는 연 3.77~10.46%에서 연 3.59~10.46%로, 신용대출플러스 금리는 연 4.08~11.41%에서 연 3.88~11.40%로 낮아졌다. 

케뱅은 아파트담보대출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도 전 신용등급에 대해 일제히 연 0.1%p 낮췄다. 이에 따라 금리는 최저 연 3.09%에서 연 2.99%로 인하됐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