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재가입 여부 미지수…강도 높은 쇄신 필요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위상 회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4대 그룹의 마음을 얻으려면 전경련의 인적 쇄신이 먼저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 2016년 미르‧K재단 설립 과정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폐’ 취급을 받았다. 이후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해외 순방과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서 배제됐다.

그러나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6단체장의 첫 상견례를 준비하며 위상 회복의 신호탄을 알렸다. 

윤 당선인은 “기업이 성장해야 경제 성장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한 바 있다. 이는 전경련의 존재 이유와 일치하는 기조여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전경련과 정부의 스킨십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전경련의 위상 회복을 위해 중요한 것은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라는 진단이 나온다. 전경련이 적폐로 낙인찍히기 전인 2016년까지만 해도 전경련의 회원사는 600개가 넘었지만, 현재는 450여개로 줄어든 상태다.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최태원 SK 회장은 전경련 재가입 여부에 “여건이 되면 고려할 수도 있는 것 같다”면서도 “지금으로써는 그러한 여건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면 아직은 가입할 계획이 없다는 말과 동일하다”고 답한 바 있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사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미르‧K재단 사건이 불거진 직후인 2016년 12월 27일 제일 먼저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SK, 현대차가 차례대로 전경련에서 공식 탈퇴했다.

4대 그룹 탈퇴 직후인 2017년 3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경유착 근절, 투명성 강화, 싱크탱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후 1961년부터 주요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해 온 기존 오너 중심의 회장단 회의가 폐지됐고, 조직과 예산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200여명 규모이던 조직이 현재 80여명까지 축소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전경련의 쇄신을 위해 허창수 회장이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11년째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다. 이는 6번째 연임으로 역대 전경련 회장 중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허 회장이 후임을 찾지 못해 ‘의리’로 물러나지 못한다는 시각이 대다수지만, 일각에서는 먼저 자리를 내려놓으면 후임이 왜 없겠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이 탈퇴하던 시점에도 허창수 회장이 회장이었는데, 회장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무슨 명분으로 다시 전경련에 들어오겠냐”며 “전경련이 4대 그룹 재가입을 원한다면, 그들이 다시 들어올 수 있을만한 인물 교체 등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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