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값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
"사태 지속될 경우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어"
[미디어펜=유진의 기자]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러·우크라전쟁 여파로 시멘트대란까지 더해져 향후 건설경기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다.

   
▲ 수도권 일대 건설현장 모습. 기사와 사진은 무관함/사진=미디어펜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발표한 ‘건설투자 회복 제약의 요인:건설자재 가격 급등 원인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건설자재 가격은 1년 전보다 28.5% 상승했다. 이는 2008년 4분기(30.2%) 이후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전체 101개 건설자재 가운데 가격이 1년 새 10% 이상 급등한 품목 비중도 2020년 말 8.9%에서 올해 초 63.4%로 크게 확대됐다.

이 같은 건설자재 가격 급등에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일부 자재공급 부족, 국내외 자재 수요 증가 등 여러 수급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건설자재 가격상승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 51.1%를 차지하는 등 수요요인 보다는 공급요인의 영향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품목별로는 철강 등 금속제품 가격이 전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한은은 과거 상승기와 비교했을 때 이 같은 건설자재 가격 상승 추이가 향후 건설투자 회복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00년 이후 3차례 건설자재 가격상승기가 나타났는데, 이 중 건설자재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건설투자가 위축됐던 지난 2007~2009년의 상황과 현재 상황이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건설관련 지표를 보면 건설 수주금액, 건축 착공면적 등 선행지표가 전년 대비 각각 9.6%, 9.4% 상승하고 업황실적BSI도 74.7로 전년(63.6) 대비 뛰었했다. 그러나 건설기성액, 건설투자 등 실질지표는 각각 6.7%, 1.5% 감소했다.

건설투자에 대한 기업의 기대가 높아지고 이를 위한 착공, 고용 등 기반은 다졌지만 실제 건설 진전은 더딘 상황이다. 특히 지금은 우크라 사태로 인해 주요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건설자재 가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도 우려하고 있는 요소다.

우크라 사태는 현재 시멘트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란을 불러일으킨 뇌관은 유연탄이다. 시멘트 1t을 생산하는 데에는 유연탄 0.1t이 필요한데, 국내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을 러시아 수입에 대부분 의존해 왔다. 지난해 수입한 유연탄 3643만t 중 75%인 2721만t이 러시아산이었다.

우크라 사태 이후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유연탄 수입을 올스톱하면서 시멘트대란의 조짐은 시작됐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재고량은 65만t으로 이 중 장기보관으로 굳어진 시멘트 재고 30만t을 제외하면, 사실상 재고량이 35만t 뿐이다. 성수기 때 전국 하루 출고량은 20만t 수준인데 공장을 최대로 가동한다 해도 봄 성수기 물량을 맞추기는 버거울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건설업계가 최근 철근·레미콘·골재 등 주요 건설자재 수급 불안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건협은 건의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국제적인 자재·연료가격 급등과 수급차질로 인해 주요 건설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며 "이러한 자재가격 급상승과 수급불안의 여파가 고스란히 건설업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3월 현재 건설공사가 본격 시행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특정 자재에 국한되지 않고 대부분의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자재수급 대란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상태로 4월 이후 건설 성수기에 접어들게 되면 건설업체는 신규수주를 포기하거나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등 최악의 사태로까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건자재 수급 불안은 건설현장을 괴롭히는 큰 악재로 작용한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공사를 완료했을 때에도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상 다 적자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나서서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긴 하지만, 대책이 빨리 나와야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시공하는 현장마다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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