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뒷덜미잡아, 무능국회 좌파언론 마녀사냥 '한통'

   
▲ 조우석 논설위원
또 한 번의 ‘민주화 굿판’을 이번 주 독자들은 지켜보게 될 것이다. 민주화라는 명분의 억지와 위선이 기승을 부리고, 이 나라 공권력을 지켜온 이들을 몹쓸 사람으로 낙인 찍는 못된 관행이 국회를 무대로 반복되는 것이다.
7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그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관행의 반복은 국민의 정치혐오증을 키울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수십 년 동안 대세였던 민주화에 따르는 한국사회의 위기는 더 가속화될 것이 걱정된다.
 

뭐가 문제인가? 청문회가 민주화 굿판으로 변질된 것은 지난 2개 월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에 우선 책임이 있다. 청문회 지각 개최는 순전히 무능, 무책임 국회 때문인데, 그걸 지적하는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청문회 지각 개최는 국회 탓” 지적하는 언론 없나?

확실히 무능 국회와 좌편향 언론은 한통속인데, 오죽했으면 양승태 대법원장이 청문회 조속 개최를 촉구하는 친서를 국회에 보냈을까? 그는 한 명의 대법관이 결원되면 대법원의 헌법적 기능에 장애가 발생한다고 친서에서 하소연을 했다. 그런데도 왜 국회는 팔짱만 끼고 있을까?
 

박 후보자가 거의 30년 전 초임 검사 시절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팀에 참여했는데, 그때 축소 수사에 책임있다는 혐의 아래 야당이 청문회 자체를 보이코트한 탓이다. 야당의 묻지마 민주화 타령에, 여당은 거의 무대책으로 끌려갔다.
 

이 와중에 여론재판이 요란하게 진행됐다. 좌파매체는 2개월 동안 박 후보자에 대한 마녀사냥에 몰두한 결과 그를 ‘나쁜 사람’낙인을 찍는데 성공했다. 덩치만 클 뿐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제대로 옹호하지 못하는 조중동 등 기회주의적 주류언론은 대응을 포기한 채 ‘멍 때리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청문회 시작 전 박 후보자는 1980년대 민주화 세력을 탄압했던 나쁜 사람으로 주홍글씨가 찍혔다. 요란한 여론몰이가 달아오를 때 쯤 시민단체의 협공이 개시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제청 철회를 요구하고, 박 후보자에겐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노골적인 압박이다.
 

28년 전의 일, 그것도 혐의만을 가지고 왜 이런 난리에 소동을 부리는 게 좌파들이다. 이런 악다구니 끝에 열리는 청문회는 안 봐도 뻔하다. 자질 검증이야 온데 간 데 없고, 요란한‘민주화 쇼’만 시끄러울 것이다.

고문경관 5명 포함된 15명의 거물급 증인· 참고인

야당과 좌파의 목표는 자명하다. 악다구니 속에 옛 상처를 건드리고, 부도덕한 이들이 권력을 잡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반복해서 심어주는 일이다. 어느 대통령의 말대로 대한민국은 정의가 실패해왔다는 고정관념을 키워주는 것인데, 이통에 사회는 소모적 논쟁과 내출혈을 반복할 것이다.

   
▲ 야당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박종철 사건과 관련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아직도 민주화굿판으로 재미를 보려는 것이다. 국민들은 민주화타령의 소모적 논쟁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의원들이 박 후보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더구나 이번은 판이 크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87년 민주화항쟁의 기폭제가 됐으니만치 당시 고문경관 5명이 포함된 15명의 거물급 증인· 참고인이 줄줄이 등장한다. 검사 출신으로 15~18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한나라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냈던 안상수 창원 시장이 우선 나온다.
 

당시 서울지검 검사였던 그는 박 후보자와 함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1·2차 수사팀에 참여했다. 여기에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단장을 지냈던 정형근 전 의원이 나온다. 야당은 그가 고문경관 추가 폭로를 막으려 했다는 쪽으로 몰아세울 것이다.
 

여기에 고문경관 폭로에 앞장섰던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참고인 자격으로 가세할 것이고, 당시 부검의(醫)등도 참고인으로 나올 것이다. 요란한 공세와 망신 주기 속에 그 시대의 아픔에 대한 성찰은 실종될 게 뻔한데, 대한민국 정말 답이 없다.
 

사람들은 물을 것이다.“대법원이 당시 고문치사 사건에 참여했던 나쁜 검사를 대법관으로 중용하려니까 말썽이 생기는 건 아닐까?” 그건 아니다. 박 후보자는 당시 막내 검사 처지였다. 그런 그에게 수사축소 혐의를 두는 건 괜한 정치적 시비일뿐이다. 그의 의연한 대처, 용기있는 방어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실은 우리 관심은 청문회 자체를 넘어선다. 벌써 30년 전 종결된 사안을 다시 들춰내 민주화 푸닥거리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닐까? 박종철-이한열의 숭고한 희생으로 87년 체제가 만들어진 게 현실인데, 저들은 언제까지 기회만 되면 과거사 문제를 붙잡고 날밤을 새려하는가? 그걸 묻고 싶다.

국민은 지금 ‘민주화 피로현상’을 느끼는 중

천문학적 금액의 민주화 보상급도 이미 지급됐고, 수많은 과거사 관련 재판의 재심(再審) 속에 이해 당사자들의 명예도 되찾지 않았던가? 이런 와중에 ‘재심 장사’로 엄청난 돈을 챙겼던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라는 걸 이제 우리 모두는 안다.
 

냉정하게 말해 대다수 국민들은 ‘민주화 피로현상’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결정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지금이다. “민주화는 과연 100% 진리이자, 정치사회적 선(善)인가? 이젠 그 따위 정치적 미신을 걷어치울 때도 된 게 아닐까?”됐다. 사실 민주화는 한국사회의 뒷덜미를 잡고 있다.
 

60~80년대 8% 이상의 고도성장을 거듭하던 한국경제가 왜 지금 3% 저성장에 목매는 것도 과잉 민주화 탓이다. 우리는 지금 87년 헌법에 올라간 평등주의와 경제민주화 때문에 비효율의 덫에 결려있다. 왜 그걸 정확하게 지적하는 용기있는 이가 없는가?
 

정말 걱정은 따로 있다. 민주화는 빛만큼 그늘이 함께 있는데, 그늘 중의 그늘이 바로 좌파세력의 개입이다. 민주화 물결에 좌파혁명세력이 끼어들었다는 걸 80년대부터 경고했던 이가 한국학중앙연구원 양동안 명예교수이지만, 좌경화를 걱정했던 사람은 민주화세력 안에도 있었다.
 

그게 인권변호사로 유명했고, <전태일 평전>을 썼던 고(故) 조영래 변호사라는 걸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1990년 폐암으로 사망하기 직전 몇 해 동안 그의 걱정은 민주화가 순수성을 잃은 채 좌파이념에 물드는 현상이었다.
 

그건 그의 유고집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 둘 수는 없습니다>(1991년)에 그런 그의 육성으로 등장한다. 그런 걱정을 원로 언론인 남시욱 전 동아일보 기자 등에게 귀띔하곤 했다는 게 진실이다. 간혹 그걸 생각한다. 지금 그가 살아있다면 민주화 굿판으로 날 새는 한국사회에 뭐라고 할까? /조우석 논설위원,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