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은 김정일의 유훈…"김씨 일가의 권력 유지 지렛대"

   
▲ 김소정 기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이후 벌써부터 미국과 이란 간 합의문 해석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또 미국 내 협상 반대파들은 “숨은 암초는 이란 바깥의 북한 핵으로 이란이 북한을 통해 핵을 아웃소싱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북한도 이번 이란의 핵협상 타결에 애써 침묵하면서도 자신들의 매체를 통해 이란 내 강경 목소리를 보도하고 나섰다. 그 중 핵 협상의 실무를 맡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이 TV 기자회견에서 “대이란 제재가 완전히 철회되지 않는 한 핵 회담에서 그 어떤 합의도 이룩될 수 없다”고 강조한 내용을 자세히 다뤘다.

또한 노동신문은 6일 미국을 빗대어 ‘핵무기 만능론을 제창하는 세계 최대의 핵전파국’이라고 주장하는 글에서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에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대해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확고한 의지”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최근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는 데 있어서 점점 노골적이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관리는 “미국과 전 세계의 비핵화부터”라며 6자회담에 응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다. 이란이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핵협상 타결을 도출하기 바로 하루 전 일이다.

이란 핵협상 타결을 앞두고 세계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을 때 북한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은 무엇을 근거로 할까.

   
▲ 북한은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에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대해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확고한 의지”라고 주장, 핵보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사진 jtbc 캡처
사실 이번 핵협상 내용에 만족하지 못하는 미국 내 핵 전문가들의 주장처럼 북한과 이란의 ‘핵·미사일 커넥션’은 그 역사가 깊다. 따라서 이란이 자체 핵시설을 파기한다고 하더라도 서방국가들의 제재 철회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라도 북한의 지원을 다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통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 초창기 핵 개발이 시작될 당시 이란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북한에서 플루토늄 생산력이 부족할 때 이란으로부터 제공받은 풀루토늄으로 핵 개발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또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 때 이란은 북한으로부터 군수물자를 지원받았다.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당시 이란이 이라크를 공격한 스커드 미사일은 러시아제이지만 이란은 러시아로부터 구입한 미사일을 북한으로 보내어 개조 작업을 거쳐 공수받았고, 이라크는 북한에서 개조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북한 리수용 외무상은 15년만에 처음으로 뉴욕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테헤란을 방문하면서 이란과의 우의를 과시했다. 테헤란과 평양 간 커넥션이 유지되는 한 이란의 핵협상은 끊임없이 잡음을 낼 수밖에 없고, 북핵 문제는 영원히 ‘고장난 기관차’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로는 ‘김 씨 일가의 권력 유지’가 손꼽힌다. 북한은 그동안 ‘김정일의 유훈’으로 핵개발을 지속시켜왔다.

때로는 ‘핵 보유’를 강조하고, 또 때로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내세우는 김정일의 유훈이란 바로 실제 전쟁을 준비하는 그것이라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남조선에는 미국산 핵무기가 1000개 있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으며,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배고픔을 감수해왔다. 북한에서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도 '북한은 언젠가는 최종적으로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는 전언이 있다.

‘김정일의 유훈’이란, 자신들의 체제 보존이 흔들릴 때라면 언제라도 그들이 보유한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