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 숙녀 여러분'·'보이스 앤드 걸스' 등 남녀 구분 인사법도 폐지
정치적 올바름 입각해 다양성·포용 지향…원작 훼손 논란 따르기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유치원 내 성 정체성 토론 금지 조치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월트 디즈니 컴퍼니 고위 임원이 앞으로 제작할 작품의 주인공 절반 이상은 성적·인종적 소수자를 대변하는 캐릭터로 만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연합뉴스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를 인용, 커레이 버크 디즈니 사장이 유출된 내부 회의 영상에서 "우리 작품 속에는 많은 LGBTQIA 주인공이 등장한다"면서도 "단지 주인공일 뿐, 이들의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고 31일 보도했다.

   
▲ 디즈니 원작과 캐스팅 배우들./사진=디즈니 제공

LGBTQIA는 성 소수자들인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퀴어(Queer 또는 Questioner) △간성(Intersex) △무성애(Asexual)의 영문 머리글자를 합친 말이다.

버크 사장은 성전환·양성애자 자녀를 각각 1명씩 둔 어머니다. 그는 "최근 수 주 새 여러 동료로부터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해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이런 방침은 '내일을 다시 설계하라'는 제목의 경영전략 문건에 포함돼 있고, 연말까지 실행에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비안 웨어 디즈니 다양성·포용성 담당 국장은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 파크 역시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방문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디즈니는 지난해 여름부터 '신사 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 '보이스 앤드 걸스(Boys and Girls)' 등 남녀를 구분하는 인사법을 폐지했다.

현재 디즈니는 출신·인종·성·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종교·장애·직업·나이 등을 기반으로 한 언어적·비언어적 모욕과 차별을 지양하는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에 입각해 다양성·포용을 기업 문화로 삼고 있다.

이에 근거해 디즈니는 자사 보유 콘텐츠 스토리 텔링에 PC 요소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디즈니의 이런 변신은 창업주 월트 디즈니의 성향과 완벽히 배치된다. 그가 완고한 보수주의자였고, 자유주의의 가치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디즈니가 언제부터 사회적 정의를 의식했느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원작의 백인 캐릭터가 흑인으로 나오는 등의 원작 훼손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사진=플로리다 주 정부 홈페이지
디즈니의 이 같은 행보는 보수주의자로서 공화당 대선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와 논쟁을 벌이는 상황 속에서 나왔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최근 유치원에서의 성 정체성에 대한 토론을 금지하는 '부모의 교육 권리법안(Parental Rights in Education bill)'에 서명했다.

민주당과 성적 소수자(LGBTQ) 관련 단체들은 '동성애 언급 금지법(Don't Say Gay Law)'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법안은 디즈니 직원들 사이에서도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캘리포니아 본사 직원들은 가두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밥 체이펙(Bob Chapek) 월트 디즈니 대표이사(CEO)는 이 법안에 반대한다며 "동성애 교육을 금지한 플로리다주에 정치 자금 기부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디샌티스 주지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작 디즈니는 동성애를 범죄시 하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크루즈선을 띄우는 등 이중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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