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얼 엔진 4 기반 현실 고증에 심혈
철도 운전 면허 취득 연습 차원 추천
아케이드 요소 없어 흥미 상실 가능성
개발진, 외산 경쟁작 적극 참고 필요성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고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열차는 서동탄, 서동탄 가는 열차입니다. This train is bound for Seodongtan, Seodongtan. Thank you."

   
▲ 신도림역에서 출발한 1호선 1000호대 VVVF 전동차/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지난해 6월 25일, 제미니 인터랙티브(Jeminie Interactive)는 글로벌 전자 게임 소프트웨어 유통망 스팀에 야심작인 철도 시뮬레이션 게임 '흠심 메트로(Hmmsim Metro)'를 전격 출시했다. 황제민 대표 이하 제작진은 언리얼 엔진 4를 기반으로 현실 고증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다.

작품 공개 근 1년이 다 돼가고, 지난해 7월에 구입했지만 이제서야 리뷰를 하는 이유는 제작진이 완성작으로 내놓은 게 아니라 아직까지 개발을 하고 있어 늦지 않았다고 판단해서다.

항공·철도·선박·자동차 등 각종 시뮬레이션 게임은 실제 요소와 얼마나 일치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현실감에 방점을 둔 만큼 게임에 몰입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서다.

이전작인 흠심과 흠심2, 흠심 알파 플러스에 비하면 여러 모로 장족의 발전을 이뤄냈다. 특히 그래픽 구현 수준은 수작(秀作)이라 할만했다. 외견 상 경쟁작인 일본 타이토·스퀘어 에닉스의 '전차로 GO(덴샤데고)!! 달려라 야마노테센'이나 영국 도브테일 게임즈의 '트레인 심 월드 시리즈', '트레인 시뮬레이터' 등 외산 철도 게임에 결코 밀리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 311000호대 1세대 전동차 운전실 내부./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서울 지하철 1호선 K699 전동 열차 기관사로서 광운대발 서동탄행 승무를 시작해봤다. 서울교통공사의 지적 재산권을 의식한 탓인지 '서울철도공사'로 로고를 살짝 바꿔 단 1000호대 VVVF 차량이었다.

지난 1일 막 추가된 전동차였기 때문에 디테일은 다른 열차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줬다. 하지만 마스터 컨트롤러(마스콘)와 차내 방송 버튼 등 각종 장치가 구현된 것을 보고 새삼 놀라웠다.

역사 내 스크린 도어가 닫히고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긴급 제동(EB)에 맞춰져 있던 브레이크를 중립으로 설정하고, 전·후진 제어기를 전진에 맞추니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제 전동차 운전 경험은 없지만 흠심 메트로의 물리 엔진의 성능이 뛰어나다고 느꼈다. 가속·감속을 할 경우 실제 육중한 철도 차량 운행감이 어느 정도 될지 가늠할 수 있었다.

석계역 방향으로 가는 중에는 45km/h 속도 제한이 걸린 구간이 있어 천천히 갔다. 외대앞역에 진입하니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잠시 후 열차가 통과하오니 노란 안전선 안으로 들어오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가 들려왔다. 휘경동 건널목을 반영해둔 디테일에 놀랐다.

회기역에서 지하 청량리역으로 들어가자 전력 공급 방식 변경으로 전기가 끊기는 사구간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와 전력 질주했다. 이후 경부선 금천구청역까지 남은 구간을 완주해 승무 일지를 마쳤다.

제2종 전기차량운전면허를 따고자 한다면 연습 차원에서 해도 괜찮을 게임 같았다.

   
▲ 구로차량기지 전경./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구로차량기지나 이문차량기지 주위로 아파트와 교회가 늘어선 풍경은 한국적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직접 모는 열차도, 교행하는 열차도 눈에 익었던 만큼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반영하듯, 전반적인 시스템 요구 사양은 생각보다 높았다. 낮은 옵션으로 한다면 무리가 따르지 않겠으나, 초당 60프레임 넘게 안정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1080p 기준 그래픽 카드는 RTX 3060, 프로세서는 인텔 코어 i7, 램 용량은 16GB을 권장해서다.

따라서 저사양 철도 시뮬레이션 게임인 BVE와 같은 게임들을 생각하면 어린 나이대 학생들이 즐기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워 할 법도 했다. 필자는 RTX 3070Ti에 램은 32GB를 쓰고 있어 다행히도 큰 무리 없이 플레이 했다. 초기에는 프레임 드랍 현상을 느꼈지만 지금은 패치로 개선됐다.

이 모든 걸 감안해도 출시 가격 2만2000원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된 듯 하다.

   
▲ 흠심 메트로(Hmmsim Metro)에 등장하는 1호선 전동차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앞서 열차 외형 묘사에 대해 호평을 했다면 기능 측면에서는 아직까지도 좋은 점수를 주기엔 일러보였다.

전반적으로 조작 난이도는 은근히 까다로워 손이 많이 갔다. 신호 체계를 의식하며 가속이나 감속, 브레이크 작동을 하기에도 바쁜데 운전자 안전 장치(DSD, Driver Safety Device)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어 설정 창에서 비활성화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세부적인 부분까지 챙겼다고 볼 수 있으나, 게임의 목적이 흥미를 유발해야 하는 점에 있음을 따지면 'TMI' 같았다.

당기고 미는 마스콘과는 다르게 키보드의 키캡은 계속 눌러야 하는 태생적 한계점을 지닌다. 유저의 피로감을 불러올 수 있어 흠심 메트로에 맞는 마스콘 발매가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야각 조정과 마우스를 이용한 인-게임 기능 조작이 비교적 자유롭지 않아 개선을 요한다.

   
▲ 트레인 심 월드 2(상단)와 전차로 GO(덴샤데고)!! 달려라 야마노테센 인-게임 장면./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아케이드 요소가 없는 건 흠심 메트로의 최대 단점으로 보였다.

트레인 심 월드 2의 경우 플레이어의 오너 캐릭터가 철로와 차내, 역사를 누비며 인게임 맵 전반을 살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덴샤데고 시리즈에서는 돌발 상황 발생 시 경적을 울리게 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도 마련해두고 있다. 두 게임 모두 승객 탑승까지 살피도록 하며, 특히 덴샤데고에서는 기관사 평가를 통해 감점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2004년 피쳐폰 게임으로 출시된 바 있는 '지하철도 2호선'에서도 ATS나 투신 자살, 선로 상 취객 발생 등 돌발 상황을 부여했다.

흠심 메트로는 2021년작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부분을 반영하지 않았고, 단순 운전과 디자인에만 신경 쓴 나머지 다소 지루함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는 곧 유저들이 금방 흥미를 잃을 수 있다는 점과도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인기 경쟁작들을 개발자들이 철저히 분석하는 등의 대처가 적극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 문제로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실제 1호선 열차 운영사는 한국철도공사(인-게임 흠레일)와 서울교통공사로 이원화 돼있는 만큼 차내 안내 방송도 차종에 맞게 수정하는 등 세심한 업데이트 노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제작진이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면 철도공사 구간에서 시작하는 시나리오의 경우 서울교통공사(인-게임 서울철도공사) 차량은 디폴트가 직류로 돼있는 만큼 반드시 교직 절환 절차를 거쳐야 운행이 가능하도록 패치할 필요가 있다.

   
▲ 311000호대 1세대·3세대 전동차./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지금까지 흠심 메트로 개발진은 크고 작은 업데이트를 스팀 커뮤니티를 통해 공지해왔고, 이용자들의 불만 사항을 일부 수용하기도 했다. 느리지만 업데이트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제작진과 함께 흠심을 보완해 국산 철도 시뮬레이션 완성본을 만들어 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구매를 권한다.

※총 평

게임성: ★★★☆☆
시장성: ★★★★☆
기획성: ★★★☆☆
그래픽: ★★★★☆
사운드: ★★★★☆
개발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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