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시청률 저하로 SBS ‘룸메이트2’가 폐지설에 휩싸였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잇따른 열애설에 예원·이태임의 욕설논란까지 겹쳐 이에 못지않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대안가족을 콘셉트로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들이 어느새 소리없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대안가족 예능은 2013년 중반 등장하기 시작해 지난해 5월 첫 방송된 ‘룸메이트’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초창기 반짝 인기를 넘어서지 못한 채 대부분 조용히 종영했다. 가족붕괴와 가족간 대화 단절 등 사회적 문제를 극복하자는 취지는 좋았으나 출연자들은 끝까지 카메라 앞에서 뭘 해야 하는지 몰랐다.

   
▲ 룸메이트

‘룸메이트’는 올리브채널의 ‘셰어하우스’와 함께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스타들을 한 집에 엮어내 관심몰이에 성공했다. 두 방송 모두 출연자들이 가족을 위해 장을 봐 고기를 굽고, 청소를 하고, 응원차 촬영장을 방문하는 등 에피소드를 만들어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만들어낼 수 있는 에피소드가 없었다.

스타가 일반인 가정에 들어간다는 콘셉트 역시 마찬가지. JTBC는 여성 스타가 일반가정 며느리 역할을 하는 ‘대단한 시집’, MBC 에브리원은 스타가 가족구성원이 되는 ‘우리집에 연예인이 산다’를 선보였지만 소리 없이 사라졌다.

‘뚜렷한 에피소드가 없다’는 지적에 SBS는 집짓기를 콘셉트로 한 ‘즐거운 家’로 반전을 꾀하기도 했다. 김병만과 이재룡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예인이 1억원으로 집 한 채를 짓는 과정은 신선했으나 시청자들의 눈길까지 사로잡는데는 실패했다. 집짓기라는 소재가 생소했고, 집이 완성된 이후에는 다른 대안가족 예능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들 프로그램은 결국 ‘왜 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부족으로 인해 사라졌다. 재미와 감동, 가치 사이에서 내내 겉돌기만 했다. 재미도 감동도 두서도 없는 연예인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 혹은 신변잡기식 입담만으로 인기를 얻던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났다.

   
▲ 룸메이트 / 사진=SBS

잇따른 열애설과 욕설논란으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우리 결혼했어요’의 포맷은 재미 하나만 고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우결’은 결혼에 대한 달달한 환상에 스타 개인의 개성을 입혀 완성된다. 시즌별 세커플이 등장하기 때문에 인기가 없거나 논란을 빚은 커플은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 위기에서는 출연진 전면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한다.

재미와 가치 모든 것을 아우른 케이스도 있다. 얼마 전까지 금요일만 되면 포털사이트 연예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삼시세끼-어촌편’이다.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의 스타성, 차줌마 참바다씨 섬소년 등 확고한 캐릭터, ‘하루세끼 자급자족’이라는 단순한 콘셉트, 산체와 벌이, 차승원의 음식 레시피, 여기에 이따금씩 터져나오는 인생에 대한 고민까지 환상적인 조합을 이뤘다.

‘삼시세끼’의 성공요인은 보이지 않는 계산에 있었다. 재미, 프로그램 정체성, 감동을 절묘하게 이어붙였고, 자칫 지루해질 타이밍에는 여지없이 산체와 벌이가 등장해 간단히 흐름을 끊어주기도 했다. 그저 세끼 자급자족 하는 프로그램으로 비쳐졌지만 나영석PD의 경험이 만들어낸 무섭계 계산된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시청자들은 이제 예능에 진심을 요구한다. SNS가 보편화되며 출연진, 제작진과의 소통도 활발해졌다. 직·간접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이들의 목소리에 예능프로의 유행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실시간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삼시세끼’를 제외한 대안가족 유형의 예능이 과연 유행이 지난 것이었는지 시청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유행을 따라 포맷만 살짝 바꾼 ‘영혼없는 짝퉁 프로그램’들의 몰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우후죽순 등장했다 소리없이 사라진 프로그램이 올해만도 몇 편인가. 이건 분명 전파낭비다. 

   
▲ 룸메이트 /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