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상승에 대출 부실화 가능성 커져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지난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대출 문턱을 높여왔던 은행권이 대출 빗장을 풀면서 가계부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금리상승 등으로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덩달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 사진=김상문 기자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바짝 조여왔던 가계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규제 시행 전으로 속속 복원시켰다. 지난달부터 전세자금대출 한도 정상화와 함께 '5000만원'에 불과했던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늘리고, 우대금리 혜택을 늘리는 등 대출 규제 완화 움직임에 속도를 내 왔다. 은행권은 2분기에도 공격적인 대출영업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낮춘 데에는 차기 정부의 가계대출 완화 움직임과 최근 3개월 연속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진 영향이 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1937억원으로 한 달(705조9373억원) 전보다 2조7436억원(0.4%) 줄었다. 지난 1월(1조3634억원)과 2월(1조7522억원)과 비교해 더 감소한 규모다.

은행의 이자이익과 직결되는 가계대출 수요가 줄면서 은행들은 2분기에도 대출심사태도를 완화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203개 금융기관 여신총괄 책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 국내은행의 대출 태도 지수는 6으로 전분기(-9)보다 크게 높아졌다. 지수가 마이너스(-)를 보이면 대출 태도를 강화하겠다고 답한 금융기관이 더 많다는 의미이며, 플러스(+)면 그 반대다.

가계부채가 186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넘어선 상황에서 은행의 대출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당장 취약차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대내외 여건이 악화됐을 때 취약차주로 전락할 수 있는 잠재 취약차주의 비중은 지난해 말 16.8%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부실이 확대될 경우 취약차주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건전성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취약차주 대출 가운데 비은행권 비중은 지난해 말 60.6%로 비취약차주(39.8%)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취약차주 연체율도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완화적 금융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저하되고, 그동안 대출을 크게 확대했던 청년층 및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증대될 우려가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금융기관의 대출 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자본확충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에선 물가상승 압력과 가계대출 증가세 등을 고려해 한은이 이번주로 예정된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단기간 진정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 안정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 5개월 연속 3%를 넘어서다 지난달 4%대로 올라섰다. 소비자물가가 4%대 기록을 깬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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