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9일 오전 한예슬과 테디 커플이 연예면 이슈로 떠올랐다. 보도 내용은 SNS에 올린 달달한 사진 한 장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에는 온각 악플이 달라붙었다.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연예기사에 악플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연예인은 소송을 제기해 직접적인 사과를 받거나 처벌하기도 한다. 그러나 악플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무차별적으로 기사들을 찾아다니며 상대를 공격하는 전문적인 악플러들도 상당히 늘었다.

   
▲ 욕설논란을 빚은 이태임(좌)과 예원(우) / 사진=MBC '동갑내기 과외하기 캡처, 유튜브 영상

최근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태임과 예원이었다. 녹화중 욕설을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당할 수 없을만큼 홍역을 앓았다. 욕설을 한 이태임은 예능과 드라마에서 모두 하차했고,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이후 현장영상이 공개되면서 화살은 예원에게로 향했다. 언론이 방향을 가리키자 악플러가 따라붙었다.

일부 연예인은 아주 오래 전 사건으로도 인신공격을 받고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사건조차 해당 연예인이 이슈로 떠오르면 되살아난다. 역시 언론이 공을 던지면 악플러가 받아친다. 그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공격대상은 병역기피다. 위법행위, 이중국적 등으로 병역의 의무를 저버린 연예인에게 대중의 시선은 한없이 냉랭하다.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말을 시작하면 국어보다 영어를 더 중요하게 가르친다. 영어 유치원부터 시작해 초등학교에 가면 특목고 전문 학원에 다닌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학교폭력·왕따의 위험이 뒤따르고, 대학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좋은 대학에 가면 또 취업준비가, 취업하면 박봉이, 열정페이에 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속출한다.

이같은 불만의 화살이 향하는 곳은 주로 ‘검은머리 외국인 연예인’이다. 외국 국적의 이들은 치열한 입시·취업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 SNS만 보면 더없이 여유롭다. 군대는 당연히 ‘합법적으로’ 안간다. 유승준은 “꼭 가겠다” 약속하고 안갔지만, 이들은 조용히 안갔다. 말 그대로 흐지부지 넘어간다. 이런 ‘외국인 노동자’들은 분명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비판 및 개선책 요구와 욕설 섞인 인신공격은 극과 극의 이야기라는 것도 염두해야 한다.

‘검은머리 외국인 연예인’은 물론 이제 누구든 이슈로 떠오르면 1분도 안돼 병역에 관한 악플이 쏟아지는게 현실이다. 팩트와 상관없는 인신공격적 모욕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마녀사냥하듯 쏟아지는 악플을 보고 있으면 이를 정신적으로 견뎌내는 연예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 송가연 협박 내용 / 사진=페이스북 캡처

대중에게는 사회적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하다. 유독 많은 스트레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인터넷은 분노의 배설구 역할을 하고 있다. 대상은 당연히 ‘욕 먹어도 싼 사람들’이 된다. 한 마디가 두 마디가 되고, 욕설이 되고, 인신공격이 된다. 끝내 베플이 되기 위해 입에 담지도 못할 악의적 비난까지 일삼게 된다.

댓글 다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어느새 악플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때문에 악플러들은 베플을 차지하기 위해 더 심한 인신공격을 쏟아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죄책감조차 무뎌져버린 이들은 고소장이 배송되고 나서야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린다. 용서해달라며 싹싹 빈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중의 사회적 분노는 어디에 표출해야 하는가. 스포츠, 문화생활, 연애, 동호회 등 최소한의 여가생활을 뒤로하고 키보드에 온갖 스트레스를 배설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면 참 안타깝다. 악플은 결코 취미가 될 수 없다. 시간과 정신건강만 갉아먹을 뿐이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연예인이 일방적으로 댓글 테러를 받아서는 안된다. 당장 보이는 사람을 집단적으로 공격하면서 스트레스를 쏟아내는 세태는 결코 사회에도 자신에게도 이롭지 않다. 분노는 더 차오르고, 또다른 희생자가 생긴다.

9일 이종격투기 선수 송가연(수박E&M.21) 측은 지난해 “아 송가연 죽이고 싶다. 진심으로 살인충동 느낀다. 조만간 엔진톱 살 거다. 어떤 용도로 쓸지 모르겠는데 웬만하면 네X에게 안 쓰도록 해주길 바란다”라고 SNS를 통해 협박한 Y씨가 벌금 200만원형에 처해졌다고 밝혔다. Y씨는 홀로 독박을 쓴 것일까, 수많은 악플러 중 하나였을까. 답은 후자 아닐까….

   
▲ 송가연 협박범의 자필 사과문 / 출처=디시인사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