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배터리, 반도체 등에서 반사이익 확보해야”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최근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 심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공급망 구축 움직임을 한·미 방위산업 협력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은 13일 ‘미국 방위산업 공급망조사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공급망 재편 계획을 선진 방산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대응전략 중 하나로, 방위산업의 공급망 안정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으로, 중국과의 공급망 단절을 통해 자국의 제조기반을 강화하고 기술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인 방위산업에 대한 공급망 점검 조치를 시행했다. 

이번 조치는 방위산업의 하위 분야 중에서도 공급망의 취약성으로 인해 미국 국가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유도무기 △배터리 △반도체 등이 그 대상이다. 하위 부품의 대(對)중국 의존도로 인해 취약해진 산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방위산업에서 철수하는 미국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공급망의 안정성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산업은 수요의 규모가 작고 불규칙적인데다, 생산의 난이도 또한 높기 때문에 기업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공급망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지고, 특히 저렴한 중국산 원자재나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공급망의 신뢰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미국은 자국 내 제조기반 강화와 함께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먼저 美 국방부는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 및 방위산업의 안정적인 수요 확보를 위해 국방 수요의 변동성을 억제하고 예측성을 높이는 한편, 우수 민간 기업들의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획득 정책 개선 및 민군겸용 제품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민군 협력을 통한 공정 효율성 제고, 우수인력 유치 등을 통해 자국의 제조 역량을 회복하고, 한국, 대만 등 동맹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부품, 구성품, 소재에 대한 대중 의존도를 완화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 국내무기국외구매계약현황(2016~2020년)./자료=방위사업청

산업연구원은 이러한 미국 방위산업 기반 강화 움직임을 이용해 반사이익을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순형 부연구위원은 “미국 방위산업의 제조역량이 강화될 경우 국내 방산기업들의 대미 부품 수출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며 “미국의 소재·부품생산 내재화에 따른 생산비용의 상승으로 미국산 무기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미국의 공급망 강화 조치가 국내 방위산업에 반드시 기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그러면서 심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고 한국의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배터리, 반도체 등 한국의 비교우위가 높고 미국의 협력 의사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 방산시장에 대한 진입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 미국 방위산업 공급망 취약점과 대안./자료=산업연구원

이와 함께 미국과 공급망 리스크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대중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한·미 방산협력을 국내 공급망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 부연구위원은 “미국 방위산업 공급망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열린 만큼, 이 기회를 한미 양국 간 방산협력 촉진 및 국내 공급망 내실화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국내 방산기반 조사를 확대·개편해 공급망 취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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