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대상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에 이미지 손실 우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신차 투입과 새로운 가능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바라보고 있는 한국지엠이 이번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발목이 잡힐 우려에 놓였다. 

잦은 파업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며 불신의 아이콘이었던 한국지엠이 최근 다양한 신차들과 함께 수출물량 확보로 과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조도 이런 회사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동참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이 제동을 걸고 있는 것. 

   
▲ (기사내용과무관)한국지엠 부평공장 입구 홍보관. /사진=미디어펜


13일 '불법 파견' 해결을 위해 한국지엠 사측과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해온 금속노조가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과의 특별 협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불법 파견이 문제되자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특별 채용으로 정규직 전환하겠다며 노조와 특별 협의를 해왔다. 파견법에 따르면 2년을 초과해 계속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자가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별 협의에서 한국지엠이 1차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직접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한해 특별 채용으로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분위기가 호실적으로 가고 있다고 해도 누적 적자가 큰 상황에서 '일자리 정부'의 기조에 맞춘 힘든 결정이었다. 

앞서 같은 완성차 업체인 쌍용자동차는 정부의 뜻을 받아들여 인건비 상승을 감수했다. 이는 경영 악화에 한 몫을 했다. 현재 쌍용차는 매각절차를 진행하며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인건비 증가는 회사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고용은 기사회생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지엠에게 새로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한국지엠에게는 '언제 철수할지 모르는 회사'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이런 우려를 불식 시키기 위해 한국지엠 임직원들과 경영진들은 GM본사와의 협상을 통해 글로벌 전략 CUV 개발과 수출물량을 확보해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여전히 힘든시기를 보내고 있다. 적자 해소와 신규 고객 확보가 당면과제다. 실적은 전년대비 상승했지만 절대적인 판매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은 미래 가능성을 보고 추가로 260명의 인건비 부담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특별채용을 통해서다. 

하지만 이런 회사의 노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로 폄하되고 있다. 이미 인력이 많아 힘든 실정이지만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 결정이지만 전원을 다 책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전환시 발생하는 서류상의 문제는 일방적인 해고 통보로 변했고, 불통기업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다. 정규직 전환시 소속이 없는 노동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계약연장 해지가 돼야 하고,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후 과정에 대한 설명 없이 중간과정만 소개되며, 비정규직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한 기업이 됐다. 

한국지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6조97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0% 감소했다. 또한 영업손실은 3760억원으로, 군산공장이 폐쇄된 2018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와 반도체 수급난이 겹치면서 내수와 수출 역시 모두 급감했다. 내수 5만4292대와 수출 18만2752대로 각각 전년보다 34.6%, 36% 감소했다. 지난달 내수 실적을 살펴보면, 한국지엠은 단 3609대를 팔았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차 준중형 세단 '아반떼'(3892대)의 판매량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런 회사 상황에서 260명을 더 고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130억원이다. 한국지엠 기준에서는 1달간의 판매활동을 더해야 메꿀 수 있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이 다시 노조 리스크에 발목을 잡히면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지엠은 외국자본의 투자기업이다. 지속적인 투자가 집행되기 위해서는 확실한 미래 비전이 필요하다.

한국GM 관계자는 "금속노조와의 특별협의 과정을 통하여 특정 제조 공정의 사내 하도급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이에 필요한 세부적인 채용조건을 확정하는 대로 채용 절차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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