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 이재용 자택 앞서 임금 인상 요구 시위
"귀족 노조 따라가나" 여론 뭇매…대표성 문제도 여전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사측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이재용 부회장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감행한 가운데 ‘귀족노조’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이미 고임금을 받고 있는 이들이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비판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원칙을 깨고 노조를 허용한 상태임에도 노조 가입률이 저조해 직원들 사이에서도 노조의 시위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제기된다.

   
▲ 사측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이재용 부회장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감행한 가운데 ‘귀족노조’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서초사옥 인근 길가에 설치된 현수막./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4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전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 부회장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는 노조와의 소통과 상생을 말로만 떠들지 말고 조합의 요구에 성실히 임하라”며 “대표이사의 결단이 없으면 노조는 더 큰 투쟁으로 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2021년도 임금교섭이 체결될 때까지 매일 이 부회장 집 앞을 찾아 시위할 예정이다.

다만 노조의 시위에 대한 호응은 역부족인 상태다. 그동안 이 부회장 자택 앞은 각종 노조와 민원인들의 공식 시위 장소였던 터라, 이번 시위 역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시위 하나가 추가됐을 뿐 특별할 것이 없다는 평가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행위 역시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다른 기업들이 두 자릿수 수준의 임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가 힘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노조에 대한 지지는 답보 상태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 2020년 5월 80년간 지켜온 무노조 경영 원칙을 깨고 노조를 허용한 상태여서 노조에 가입한다 해도 불이익이 없는 환경임에도 노조 조합원은 전체 임직원 11만여명 중 4%(4500여명)를 유지 중이다.

더군다나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건비로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8000억원을 지출한 바 있다. 때문에 이미 고임금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행보라는 진단이 제기된다. 

노조의 임금 인상 시위가 ‘귀족 강성 노조’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대기업 직원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음에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앞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타 기업 노조들의 행보를 좇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때문에 노조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더 과격한 행위를 하게 될 경우, 노조의 힘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진단이 제기된다. 파업을 하거나, 그보다 더 한 과격한 행위를 한다고 해서 사측이 요구 조건을 들어주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자기 보호를 위한 노조의 행위는 언제든 존중 받아야 하지만, 삼성전자 노조들이 그만큼 불행한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라며 “그렇게 회사의 처우가 열악하다면 더 좋은 다른 회사로 옮기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 교섭을 벌이며 임금협상을 했다. 하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매번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노조 대표단을 만나 대화를 시도했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사측이 지난해 임금교섭 내용을 올해 임금교섭에 병합해 논의하자고 제안하자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고, 지난달 30일부터 이번 달 6일까지 파업을 염두에 둔 전국 12개 삼성전자 사업장 순회 홍보 투쟁에 나섰다.

홍보 투쟁 이후 파업에 대한 찬반 투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지만, 노조는 투표 대신 이 부회장 자택 앞 시위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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