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 1.25%에서 1.50%로 인상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총재 없이 치러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데다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 등이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14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어 기존 연 1.25% 수준의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8월(0.50%→0.75%)과 11월(0.75%→1.00%)에 이어 올해 1월(1.00%→1.25%)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상했다.

시장에선 사상 최초로 총재가 공석인 상태에서 열리는 만큼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과 최근 물가 급등세를 고려해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팽팽히 맞서왔다.

하지만 총재 부재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내외 불확실성 속에도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최근 물가 오름세가 갈수록 가팔라지면서 무엇보다 물가안정이 최우선 과제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단기간 진정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금리를 올려 경기 회복세를 다소 꺾더라도 고물가부터 잡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 5개월 연속 3%를 넘어서다 지난달 4%대로 올라섰다. 소비자물가가 4%대 기록을 깬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향후 물가 경로의 상방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은 역시 물가 오름세는 상당 기간 지속돼 당분간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연간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치인 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총재 후보자도 지난 1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에 대한 질문에 "상반기의 경우 부득이하게 한은의 예상(3.1%)보다 높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이 예고된 점도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부의장에 지명된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는 다음 달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에 착수할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지난 5일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가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이르면 5월 회의에서 대차대조표를 빠른 속도로 축소하기 시작하고 금리를 연속으로 올림으로써 통화정책 긴축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1.25%에서 1.50%로 상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다소 둔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가속되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주요국 국채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었다. 주가는 상당폭 하락하였다가 반등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주요국의 방역조치 완화 등에 힘입어 회복 흐름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나, 코로나19 전개 상황,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회복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가 글로벌 공급차질에 영향받아 조정되었지만,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였고 민간소비는 회복 흐름이 주춤하였다가 최근 방역조치 완화 등의 영향으로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증가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하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일부 영향받겠지만 수출이 여전히 견실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민간소비도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3%)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의 큰 폭 상승, 공업제품 및 개인서비스 가격의 오름세 확대 등으로 4%대 초반으로 크게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2%대 후반으로 상승하였다.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금년중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상당기간 3% 내외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등에 영향받아 장기시장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큰 폭 상승하였고, 주가는 상당폭 등락하였다. 가계대출은 소폭 감소하고 주택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폭 하락하였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성장·물가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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