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장 되기 전후, 자녀 경북대 의대 편입…의료계 목소리 '부정적'
희색하며 기다리는 민주당, '공정과 상식의 회복' 윤석열 정권 정당성 '균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표방하고 정권 교체에 성공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부터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바로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정호영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으로 근무하던 2016년 및 2017년 각각 정 후보자의 딸과 아들이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편입 전형에 합격한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우측에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이 서 있다. /사진=인수위 제공


정 후보자 딸은 경쟁률 10.24 대 1로 확인된 '2017학년도 경북대 의과대학 학사 편입 전형'(33명 선발)에 2016년 12월 합격했다. 정 후보자가 당시 경북대병원 부원장(진료처장)으로 근무했을 때 일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후보자가 2017년 경북대병원장에 오른 뒤 '2018학년도 경북대 의과대학 학사 편입 전형'에서 특별전형을 통해 합격했다.

문제는 당시 2018학년도 편입 전형에서 특별전형이 신설됐고, 이 특별전형을 통해 총 선발 인원의 절반 이상인 17명을 뽑았다는 점이다. 일반전형으로는 16명을 뽑았다. 당시 이 특별전형의 경쟁률은 5.8 대 1이었다.

정 후보자 측은 13일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학사편입 모집 요강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부정의 소지 없이 편입했다"며 "상세한 내용은 청문회를 통해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여론은 심상치 않다. 적법이라 하더라도 편법을 통한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실제로 2016년과 2017년 당시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 전형은 1단계에서 학사성적 200점-공인영어성적 100점-서류전형 200점으로 3배수를 뽑은 후, 2단계에서 면접고사 100점-구술평가 200점의 정성평가로 치렀다. 각 단계에서 서류전형과 정성평가를 통해 내부자가 따로 손을 쓰기 쉬운 구조다.

한 지방국립대 의과대학 관계자는 14일 본보의 취재에 "조국-정경심 부부 사례와 맥락은 같이 하지만 더 심각한 사안일 수 있는 것이, 조국-정경심 부부는 자신의 자녀에게 가짜 경력을 만들어주어서 합법적으로 합격시킨 경우이지만 정호영 후보자의 경우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 후보자는 자신이 해당 의대 내부자이자 조직 운영을 책임지는 부원장과 원장으로서의 특권을 적극 이용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며 "특히 학사 편입의 경우 서류 전형의 최소 기준을 맞추면 면접 점수, 정성 평가가 당락을 좌우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애초부터 서류 전형에서부터 그 둘을 붙이기 위해 편입 기준을 조정했는지부터 따져야 하고, 거기서 문제가 없더라도 학사 편입 면접에서 몇몇 교수가 알아서 움직이고 자의적으로 평가했는지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대 의대를 나와 현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한 외과 전문의 또한 이날 본보 취재에 "모교이지만, 이번 경우는 전형적인 '아빠 찬스'를 써서 학사 편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신이 적법하게 합법적으로 이 일을 처리했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에 직접 나와서 민주당의 포화를 버틸 정도가 될지 의문"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최서원의 딸 정유라 씨가 이화여대 학사 관리나 입학 등에서 비판을 받으면서 온 국민의 공분을 산 바 있고, 문재인 정부 또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자녀 입시 비리에 연루되면서 공정성을 크게 상실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시작부터 이게 뭐냐"며 한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본보의 취재에 "윤석열 정권은 시작하기도 전에 0.7% 차로 간신히 대선에서 승리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정호영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온다면 민주당은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정호영 후보자의 자녀 의대 입학 의혹은 윤석열 정권의 정당성에 파열음을 일으키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본다"며 "이번 청문회에서 민주당이 벼르고 있는 다른 후보자들까지 함께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당선인이 14일 오후 3차 내각 인선을 발표하고 나면,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는 각 장관의 몫이 된다.

정 후보자와 윤 당선인은 세간에 알려진대로 '40년 지기'다. 20대 대학 시절부터 막역한 관계다.

정 후보자가 자기의 가족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후보직을 사퇴하고 인사청문회를 포기할지, 아니면 끝까지 청문회에 임해 윤석열 정부 출범에 균열을 낼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