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1분기 판매, 전년 동기比 6.3% 감소
2009년 이후 13년 만의 분기별 최저 실적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완성차 업계가 반도체 수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체 판매량은 예년에 비해 다소 주춤했지만, 현대차의 고가 차량 판매 확대와 르노코리아·쌍용차의 수출 호조세가 더해지면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완성차 업계가 반도체 수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1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완성차 업계의 판매실적은 170만 6278대로,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특히 내수 판매는 30만8298대로 14.2%나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지난 2009년 1분기 25만5809대 이후 13년 만에 분기별 최저 실적이다. 수출량도 139만 7980대로, 1년 전 보다 4.7% 줄었다.

업계 맏형인 현대차부터 흔들렸다. 지난 1분기 국내외 판매량은 90만1913대로,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다. 내수 판매가 15만 2098대로 같은 기간 18% 줄었고, 해외 판매 역시 8% 가까이 감소한 74만 9815대에 그치면서 전체 판매량이 쪼그라들었다.

기아도 주춤했다. 1분기 판매 규모가 68만 5358대로,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 해외 판매 규모가 56만 3694대로 같은 기간 0.7% 늘어난 반면, 내수 판매량은 1년 전에 비해 6.5% 줄면서 12만 1664대에 머물렀다.

한국지엠의 부진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 1분기 판매량은 6만583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32.7% 감소했다. 5개사 중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내수의 경우 7399대 팔리면서 1년 전에 비해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해외 판매 규모도 26.8% 줄어든 5만3184대에 그쳤다. 핵심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가 반도체 공급 문제 등으로 판매량이 떨어진 가운데 스파크와 말리부 판매량 또한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뒷걸음 친 결과다.

예상 외로 르노코리아와 쌍용차는 선전했다. 지난 3월 르노삼성에서 사명을 변경한 르노코리아는 지난 1분기 해외 판매에서만 전년 동기 대비 152.6% 급증한 2만 2577대를 팔아치웠다. 

소형 SUV XM3가 이끌었다. XM3의 해외 판매량은 1만9838대로 같은 기간 266.1% 급증했다.

쌍용차는 국내외 모두에서 개선세를 이뤘다. 1분기 판매량은 2만3188대로 1년 전 대비 24.9% 증가했다. 렉스턴 스포츠가 국내에서 전년 동기 대비 90% 가까이 늘어난 8238대 팔렸고, 코란도가 해외 시장서 같은 기간 85.4% 늘어난 2883대 판매되면서 쌍용차의 선전을 주도했다.

전체 판매량은 줄었지만, 완성차 업계의 1분기 실적은 선방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0.91%, 기아는 15.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의 매출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차는 덜 팔렸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차 위주로 판매가 이뤄졌고 제네시스 등 고가 브랜드 판매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1만 1723대 팔리며 역대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1년 사이 무려 42.6%의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 주력 세단 G80 1대를 판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영업이익은 현대차 쏘나타 4.5대 판매분과 맞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1분기 친환경차 판매도 크게 늘어 현대차·기아 전체 판매 규모의 20%를 차지했다. 이는 역대 최대 비중이다.

르노코리아와 쌍용차도 소폭의 실적 개선세가 예상된다. 르노코리아는 2020년 당기순손실 726억원에서 지난해 16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출은 3조8599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00억원가량 늘었고 영업손실도 81억원으로 전년도 797억원 비해 10배 가까이 개선됐다. 

쌍용차 또한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손실이 각각 2조4293억원, 2962억원으로,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7% 감소했고 영업손실 규모는 34% 축소됐다.

반면 한국지엠은 나홀로 적자 폭 확대가 예상된다. 한국GM은 지난해 376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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