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동희(23·롯데 자이언츠)가 무서운 타격감을 뽐내며 타격 각 부문 1위를 휩쓸고 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포스트(POST) 이대호'라는 꼬리표보다는 '나우(NOW) 한동희'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려 보인다.

한동희는 25일 현재 개인 타격 공식 시상 부문에서 도루를 제외하고 모두 상위 톱5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 가운데 타율(0.417)과 홈런(6개), 안타(30개·삼성 피렐라와 공동 1위), 장타율(0.764) 모두 1위를 휩쓸고 있다. 출루율(0.456) 2위, 타점(16개) 3위, 득점(13개)은 공동 4위다.

공식 시상 부문은 아니지만 OPS(출루율+장타율)도 1.220으로 1위, 루타수(55루타)도 가장 많다.

프로 5년차 시즌을 맞아 한동희의 타격 포텐이 드디어 폭발하고 있는 듯하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2018년 롯데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데뷔한 한동희는 신인 때부터 '포스트 이대호'란 수식어를 달며 크게 주목 받았다. 그러나 성장 속도가 더뎠다. 타격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2018년 4홈런, 2019년 2홈런으로 장타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2020년 처음으로 두자릿수 홈런(17개)을 날려 서서히 장타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더니 지난 시즌에도 17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타석에서의 자신감은 부족했고 타율도 그렇게 높지 않아(2020년 0.278, 2021년 0.267)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올 시즌 개막 초반 한동희의 매서워진 방망이는 '괄목상대'라는 말을 저절로 떠올리게 한다.

롯데가 치른 19경기에 모두 출전해 3경기를 제외하고 꼬박 안타를 쳤다. 10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부터 12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한 경기 멀티히트를 9차례나 기록했는데, 그 가운데 5번은 3안타 맹타였다.

홈런도 벌써 6개로 각 팀들의 내로라하는 홈런타자와 외국인타자들을 제치고 선두를 질주 중이다. 홈에서 3개, 원정에서 3개의 홈런을 날려 구장도 가리지 않는다.

롯데는 지난 주말 삼성과 원정 3연전을 싹쓸이했다. 롯데가 삼성전 스윕을 한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물론 삼성전 연승의 선봉에는 한동희가 서 있었다. 삼성과 3연전 타율 0.429(14타수 6안타)에 홈런을 2개나 날리면서 4타점을 올렸다. 롯데의 순위는 어느새 공동 3위(11승 8패)로 올라섰다.

한동희가 2022시즌을 자신의 해로 만들고 있는 것은 롯데에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조선의 4번타자'로 불리며 롯데의 간판타자 자리를 장기집권해온 이대호(40)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포스트 이대호'가 확실하게 중심 타자로 자리를 잡는 것이 꼭 필요한 시점에서 한동희의 방망이에 드디어 물이 올랐다.

이대호도 현재 타율 0.391(2홈런)로 나이를 잊은 듯한 매서운 타격감으로 타격 랭킹 3위에 올라있다. 이런 이대호를 능가하는 활약을 한동희가 펼치고 있다. 한동희가 팀 대선배이자 KBO리그 대타자 이대호가 마음 편하게 '롯데 간판' 자리를 넘기고 떠날 수 있도록 여건을 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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