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모상 가입할 여건 조성돼…채권 발행금리 낮추고 외화자금 유치"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정부가 우리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다시 추진키로 했는데, 새 정부에서 사전 협의 절차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 빠르면 2023년 9월 최종 편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수행 취재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 상 세계 10대 강국으로서, WGBI에 가입할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국채 시장 발전이나 외화자금 유출입 상황을 고려할 때, WGBI 편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새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편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WGBI는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주요 23개국 국채가 편입된 지수로, 추종 자금은 2조 5000억 달러에 달하며, 명목 국내총생산(GDP) 세계 10대국 가운데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인도 뿐이다.

국채가 WGBI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계 자금이 우리 국채시장에 유입되고, 국채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재부 제공


홍 부총리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국채의 위상으로, 원화 채권에 대한 디스카운트(저평가)가 있다"며 "경제력이 큰 나라고 채권 신인도가 높은데도, WGBI에 가입이 안 됐다는 이유로 금리가 더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WGBI에 가입하면 채권 발행 금리가 낮아지고, 외화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는 등의 이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WGBI 편입을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발행 잔액 500억 달러 이상, 신용등급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A- 이상 등 정량 조건을 이미 충족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평가하는 정성 조건은 맞추지 못하고 있다.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히 외국인의 투자 문턱을 낮춰야 한다.

우리 국채를 매입하는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인데, 국내 투자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외국인 채권 자금이 늘어나면, 위기 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에도 WGBI 편입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정부가 편입을 추진하더라도 실제 편입에는 1∼2년이 걸리는데, WGBI를 관리하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와의 협의를 거쳐, '관찰대상국' 목록에 포함돼야 한다.

FTSE는 시장 접근성 개선 가능성을 확인하고 관찰대상국 목록을 조정하며, 이후 6개월 이상 검토를 거쳐 매년 9월 연례 심사 시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상반기 중 FTSE와 사전협의를 진행한다는 전제로, 9월에 관찰대상국에 포함되고, 내년 9월이면 최종 편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단, 협의 진행에 따라, 편입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편입은 잔존 만기가 최소 1년 이상인 국채를 대상으로, 매달 말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을 새롭게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초 편입국의 경우 통상 6개월∼1년에 걸쳐 편입 비중을 확대하는데, 한국의 WGBI 편입 시 최종 편입 비중은 2.2%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WGBI를 추종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이 비중을 벤치마크해서, 우리 국채에 투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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