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은 국정 블랙홀...정쟁 악용보다 이성적 판단 수사 지켜봐야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자살하면 진실인가, 성완종 찌라시에 휘둘리는 나라

자살하기 전에 쓰는 건 무조건 진실이 되는 건가. 금일 시작한 국회 대정부질문은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온통 고성이 오고 가는 시간이었다. 사실 성완종이 자살하며 남긴 메모는 리스트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55자에 불과한 메모는 일종의 찌라시나 다름없다.

SNS 메신저 등을 통해 몇 시간 만에 전국으로 일파만파 퍼져가는 찌라시는 일명 증권가 정보지로서 연예계 및 정치사회경제 분야의 잡다한 소식을 알린다. 찌라시는 자극적이며 ‘사실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루머 전파를 특징으로 삼는다.

성완종이 남긴 메모도 마찬가지다. 몇몇 유력정치인의 실명과 금액이 적혀 있는데 현 정부 및 여권의 이름들만 적혀있다. 참고로 성완종은 두 번의 실형을 받았으나 두 번 모두 노무현 정권 시절 특사로 풀려났다. 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인 문재인은 당시 민정수석 및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성완종은 특사로 풀려나면서 비공개 사면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특사명단에 성완종 전 회장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아 특혜 시비가 일기도 했다.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진=연합뉴스TV 영상캡처

성완종 리스트에 부산시장 또한 적혀있지만 실명 없이 금액만 나온다. 성완종은 자살을 앞두고 메모를 적으면서 부산시장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나 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홍준표 경남도지사 보다도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주었다고 남겼는데도 말이다. 내가 성완종이며 정치권에 여기저기 돈을 주었다면, 그 리스트 전부를 공개했을 텐데 성완종 본인의 생각은 아니었나 보다.

성완종은 십년 넘게 정치권과 검은 돈으로 연루되었던 사람이다. 두 번의 실형과 두 번의 사면을 기록했고 이번에 자살한 정황도 검찰수사가 좁혀오자 이판사판식으로 본인이 주었던 정치적 뇌물 일부를 밝히고 생을 달리한 것이다.

성완종의 말에 신빙성이 있을까. 성문분석에 따르면 성완종이 남긴 음성 중 일부는 진실이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그리고 성완종이 남긴 메모에는 누가 뭘 어떻게 전달했는지에 대한 상세내역이 담겨있지 않기도 하다. 경향신문이 밝힌 성완종 녹취록에 따르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2006년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10만불을 건넸다고 나온다. 롯데호텔 측에서 9년 전 당일의 헬스클럽 CCTV 영상을 보관하고 있고, 그 영상에 찍혀있지 않는 한 성완종의 해당 증언을 입증할 근거는 아무 것도 없다.

이완구 총리 국회대정부질문...사자가 남긴 메모에 고성이 오고가는 훈훈(?)한 국회

누군가에게 죄 있음을 입증하려면 말만 갖고서는 안 된다. 헛소문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수백년 전 마녀사냥으로 족하다. 현재 성완종에게 지목된 정부 인사와 여당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부인한다. 사자가 남긴 메모로 인해 금일 국회에서는 고성이 오고갔다. 국회대정부질문이 아니라 사극드라마에서 죄인을 추궁하는 장면이 떠오를 정도였다. 필자는 이완구든 김기춘이든 누군가를 비호할 생각 없다. 하나같이 부인하는 이들의 말이 거짓이든 진실이든 산자만이 죄를 밝힐 수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성완종이 했어야 할 일은 자살이 아니라 법정투쟁이다. 본인이 결백하고 진실하며 아무 죄를 지은 것이 없다면, 자살할 이유 하나 없다. 그렇게 억울하면 자살할게 아니라 살아서 낱낱이 파헤쳐야 하는 것 아닌가.

   
▲ 자원외교 비리의혹, 성완종 전 회장 사망…경남기업 직원·여야 '충격' /사진=MBN영상캡처

성완종의 56자 메모, 성완종 리스트는 찌라시다. 나라를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세월호 1주기 및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쟁만 거듭하던 여야에게 아주 좋은 떡밥이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조직해서 8억을 건넨 건에 대해서 우선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신났고 여당은 급급하다. 국민경제와 살림살이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한낱 찌라시가 정치블랙홀로 작동하고 있다.

자살은 벼슬이 아니다. 그런데 정치권에 유착된 사람이 자살하면서 남긴 말에 온 나라가 들끓는다. 우리나라는 전직 대통령이 가족 비리 수사로 인해 자살하는 나라이지만, 이제는 성완종 같은 사람이 죽으며 남긴 말에 정치권이 마비되는 나라로 거듭났다. 국격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참 멋진 나라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