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2022시즌 초반 '깜짝쇼'를 펼치고 있다. 기대하기 힘들었던 팀 성적과 선수들의 놀라운 활약에 롯데 팬들은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롯데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 9-4로 이겼다. 먼저 4점을 낸 롯데는 LG의 추격에 4-4 동점을 허용했다.

승부는 경기 후반 갈렸다. 8회초 지시완이 깜짝 투런포를 쏘아올려 다시 리드를 잡았고, 9회초에는 한동희가 쐐기 3점홈런을 날렸다.

   
▲ 타격 각 부문 1위를 휩쓸고 있는 한동희. /사진=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이 경기 승리로 롯데는 13승1무9패, 승률 0.591로 2위로 올라섰다. 패한 LG는 14승10패로 롯데와 승차는 없지는 승률이 0.583으로 뒤져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났다.

롯데의 2위 등극. 시즌 전 일반적인 전망과는 완전히 어긋난다. 롯데는 한화와 함께 '2약'으로 꼽힐 정도로 지난 겨울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이 없었다. 오히려 FA 손아섭을 붙잡지 못하고 NC에 내주는 등 전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롯데의 개막 초반 선전은 놀랍다. 지난 22~24일 삼성과 원정 3연전에서 6년만에 스윕승을 거뒀고, 이번 주중 최강 1위 SSG와 3연전을 1승1무1패로 대등하게 마쳤다. 그리고 2위를 달리던 LG와 3연전 첫판을 따내 2위까지 올라섰다.

아무리 아직은 개막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23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롯데가 2위에 자리해 있다는 것은 '깜짝' 놀랄 일이다. 

롯데의 상승세를 앞장서 이끈 두 선수가 있다. 타선에서는 한동희, 마운드에서는 반즈다.

한동희에게는 '경이로운 동희'라는 별명을 붙여줄 만하다. 타율 4할1푼9리, 7홈런, 21타점, 장타율 0.756, OPS 1.230을 기록 중이다. 타율, 홈런, 장타율, OPS가 리그 1위다. 타점은 2위, 최다안타(36개)도 2위다.

'포스트 이대호'로 불리던 한동희가 은퇴를 앞둔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에 일찌감치 팀 간판타자 바통을 건네받은 모양새다. 롯데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날아오른 한동희다.

외국인 에이스 반즈는 복덩이가 됐다. 6경기 등판해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65, 탈삼진 45개의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다. 다승과 탈삼진은 리그 1위에 평균자책점 2위다.

   
▲ 5연승을 거두고 있는 반즈. /사진=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반즈가 등판하면 이긴다'는 분위기가 롯데에선 벌써 형성됐다. 상대팀 타자들에게는 공포의 투수로 자리잡았다.

만약 현 시점에서 시즌이 종료된다면 한동희와 반즈는 강력한 MVP 후보가 될 것이다.

이밖에도 놀랄 일들은 많다. 올해를 현역 마지막 시즌으로 선언한 만 40세 이대호가 3할4푼9리의 높은 타율로 타격랭킹 5위에 올라 있는 점, 반즈의 맹활약에 살짝 가려 있지만 박세웅이 3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1.76으로 토종 에이스 입지를 굳힌 점, 마무리 김원중이 부상으로 합류가 늦어지고 있는데 임시 마무리 최준용이 8세이브나 올리며 평균자책점 1.35로 거의 완벽하게 뒷문을 지키고 있는 점 등은 '롯데 깜짝쇼'의 주요 구성 요소다.

팀 타율 1위(0.263), 팀 평균자책점 2위(3.08)라는 수치가 롯데의 2위를 잘 설명해준다. 롯데 타자들이, 투수들이 이렇게 고루 잘 하는 것 또한 깜짝 놀랄 일 중 하나다.

   
▲ 29일 잠실구장을 찾아 롯데를 응원하는 팬들. /사진=롯데 자이언츠 SNS


물론 여전한 불안 요소도 있다. 타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타자 피터스의 부진(타율 0.178), 반스와 비교되는 스파크맨의 들쑥날쑥한 피칭(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4.76), 선발 기용되고 있지만 확실한 믿음을 못 주고 있는 신예 김진욱(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6.27) 등이 좀더 분발해줘야 한다.

'봄데' 모드의 롯데 상승세가 계속 유지될 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오랫동안 시원한 응원 한 번 못 해봤던 롯데 팬들이 함성 응원도 할 수 있게 된 마당에 '마~'를 외치며 목이 좀 쉬어도 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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