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세 조짐에 가계부채 경고음 커져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주춤하던 가계대출이 최근 다시 증가세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부동산 거래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데다 은행권의 공격적인 대출영업이 맞물린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가계대출 증가세 전환 조짐에 따른 가계부채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특히 금리인상시 대출 상환이 어려운 '고위험 가구'를 중심으로 한 대출 부실화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사진=김상문 기자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이어졌던 가계대출 감소세가 증가세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1월(-1조3634억원), 2월(-1조7522억원), 3월(-2조7436억원) 등 감소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총액은 703조4484억원으로 전달보다 2547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거래가 늘고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총 1358건(계약일 기준)으로 지난해 3월(3762건)보다 적지만 2월(810건)보다는 548건 증가했다.

여기다 최근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 시행 전 수준으로 낮춘 점도 한몫 거들었다. 5대 시중은행은 앞다퉈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대출 한도를 총량 규제 도입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등 공격적인 대출영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차주당 5000만원으로 제한됐던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억대로 풀려 은행의 대출 문턱은 크게 낮아졌다.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면서 가계부채 경고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향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특히 소득 여건이 어려운 가구를 중심으로 잠재 부실 위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해 연말까지 최소 2.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며,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단이 7%대에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당장 취약차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대내외 여건이 악화됐을 때 취약차주로 전락할 수 있는 잠재 취약차주의 비중은 지난해 말 16.8%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 부실이 확대될 경우 취약차주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건전성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취약차주 대출 가운데 비은행권 비중은 지난해 말 60.6%로 비취약차주(39.8%)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취약차주 연체율도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완화적 금융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대출을 크게 확대했던 청년층 및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증대될 우려가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금융기관의 대출 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자본확충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후보자 시절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시중 금리가 높아지고 금융지원 규모가 축소될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한 잠재 부실 위험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이 총재는 당시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 소득 및 자산 대비 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가구를 중심으로 고위험 가구로 편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한 잠재 부실 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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