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 재택근무로도 성과 입증…사무실 출근 염증
거점 및 공유 오피스 도입…라인은 국외 근무도 허용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지난해 판교를 중심으로 한 국내 IT 업계는 개발 인력 쟁탈전을 벌이며 연봉 인상 출혈 경쟁을 벌였다. 방역 규제가 사실상 풀려가는 현재는 근무 형태를 놓고 각 기업들이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년여 간 유지해온 사회적 거리두기를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현장 출근과 출장, 회식 등 대면 행사를 속속 재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회의나 교육 등 대면 활동을 전면 금지해왔으나 299인 이내의 단체 행사의 경우 진행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렸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국내외 출장·교육 등 각종 업무에 대해 대면 활동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IT 업계에서도 현장 출근의 움직임이 보인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전사적 재택근무를 마치고 주 3일은 사무실로 출근하고 2일은 집에서 사무를 보도록 했다. 다음달부터는 전면 출근 조치를 할 계획이다. 개발 속도가 더뎌 신작을 내는 데에 한계점을 느껴서다.

   
▲ SK텔레콤 거점 오피스 '스피어'에 직원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SK텔레콤 제공

하지만 대부분의 IT 기업들은 오히려 재택근무나 거점 오피스로의 출근을 일상화 하려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근로자들이 비대면 작업을 통해서도 충분히 성과를 낼 만큼 업무상 지장을 못 느꼈고, 종식 이후에도 원격 근무를 원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이들은 사무실 출근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다.

개발자 구인난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IT 업계는 직원들의 이직 행렬을 막고자 연봉을 대폭 인상했다. 넥슨은 전 직원에 대해 800만원을 올려줬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총 연봉 지급액을 10%, 15% 인상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이제는 직원들이 '삶의 질'을 적극 요구해 각 기업들도 이에 따르는 추세다.

실제로 국내 유수의 IT 기업들은 '웰니스'를 고려해 새로운 근무 형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7일부터 신도림·분당·일산 등에 100~170석 규모의 거점 오피스 '스피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7월부터는 근무와 휴가를 합친 '워케이션' 개념의 구현이 가능하도록 워커힐 호텔에도 거점 오피스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KT도 여의도·송파·일산에, LG유플러스는 강서·판교·과천에 공유 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워케이션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7월부터 원격 근무가 가능한 지역에 대한 제한을 없앤다. 해외에서도 일을 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월 17만원 가량의 '하이브리드 근무 지원금'도 지급한다.

네이버 또한 7월부터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새로운 근무제인 '커넥티드 워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근무 체계 아래 네이버 직원들은 반기에 한 번씩 자신과 조직, 진행 중인 프로젝트 상황 등을 고려해, 주 3일 이상 사무실 출근을 기반으로 하는 'Type O(Office-based Work)'나 원격을 기반으로 하는 'Type R(Remote-based Work)' 중 근무 형태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개인과 조직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직원들이 가장 일을 잘 할 수 있는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근무방식을 설계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당사는 언제, 어디서 일하는가를 따지기 보다는 일의 본연의 가치에 집중해 신뢰 기반의 자율적인 문화와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왔다"며 "앞으로도 직원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IT 업계 전반에 근무 형태의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만큼 삶의 질을 우선시 하는 근로 조건의 도입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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