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승혜 인턴기자] ‘만담꾼, 총명함, 사랑스러움’ 최근 광해군을 연기했던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적 특성이다. 반면 13일 베일을 벗은 MBC ‘화정’의 광해군은 이 모든 것을 벗고 카리스마를 입었다. 숨죽여 날을 고르던 칼을 빼들었을 때 그는 비로소 무시무시한 광기를 내뿜었다.

‘화정’을 통해 광해군으로 변신한 차승원은 그동안 예능에서 보여주었던 유쾌한 이미지를 싹 벗겨냈다. 특히 독이 든 탕약을 마시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선조(박영규)를 향해 억눌러왔던 권력욕을 모두 드러내는 광해군의 모습은 하이라이트였다.

   
▲ 왼쪽부터 이상윤, 서인국, 이병헌 / 사진=MBC, KBS

광해군은 연산군과 더불어 비운의 왕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최근에는 역사적으로 재평가되는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영화와 드라마 단골 소재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폭군과 영민한 왕을 떠나 다양한 성격으로 그려지면서 점차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2012년 개봉해 1230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순위 6에 자리매김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광해군은 난폭한 왕으로 군림한다. 그가 독을 마시고 쓰러진 사이 똑같이 생긴 만담꾼 하선이 왕을 대신하며 진정한 선정이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폭군과 선정 사이를 오가는 왕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현실정치를 묘하게 비꼬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지난 2월 종영한 KBS2 ‘왕의 얼굴’의 주인공도 광해군이다. 관상을 소재로 서자출신 광해군이 16년간의 위기를 겪고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 주목받은 작품이다. 드라마상 광해군은 갖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기죽지 않고 총명한 모습을 유지했다. tvN ‘응답하라 1997’로 가능성을 보여준 서인국은 광해군을 통해 연기자로 입지를 굳혔다.

2년 전인 2013년 MBC는 지금과는 반대되는 캐릭터의 광해군을 선보인 바 있다. ‘불의 여신 정이’에서 광해군을 연기한 이상윤은 기존의 딱딱한 왕 이미지를 벗겨내고, 광해군을 사랑에 푹 빠져 사는 낭만적인 로맨티스트로 그려내 인기를 끌었다.